화살 맞은 사람
남인도 마하발리푸람의 유명한 석탑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한 늙은 사두가 허기진 얼굴을 하고 다가와 적선을 청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제자처럼 보이는 젊은 사두 역시 몹시 배고픈 얼굴이었다.
자연히 나는 이 불쌍한 사두들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떤 연유로 사두가 되었는가, 고향은 어디인가, 스승은 누구이며,
사두가 된 지는 몇 해나 되었는가?
내가 주머니에서 돈 꺼낼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늘어놓자,
마침내 늙은 사두가 말했다.
"만일 누군가 길에서 화살에 맞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는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화살대를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촉은 무슨 금속인지, 또 화살 맞은 사람이 무슨 계급인지 묻지 않을 것이오.
그런 질문을 퍼붓는 대신 그는 서둘러 화살을 빼주려고 노력할 것이오.
당신도 우리에게 질문만 던질 게 아니라,
몇 푼의 적선으로 우리의 배고픔을 먼저 해결해주시오.
우리는 사흘 전부터 차파티 하나 먹지 못했소."
-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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