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신이 준 배역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3. 12. 31. 21:12

본문

신이 준 배역

 

 

어느 해 봄,

나는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북인도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슈와난다라는 이름의 노래하는 사두를 꼭 등장시키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치는 작은북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작은북 바바'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작은북 바바를 만날 수가 없었다.

며칠동안 수소문했지만 결국 그를 찾는데 실패하고,

다른 민중 가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촬영이 끝나고 제작팀이 철수한 며칠 뒤에야,

그 작은북 바바가 나타났다.

네팔 카트만두의 힌두 사원에 순례를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저간의 일을 말하며 그에게 배역을 맡기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자,

작은북 바바는 말했다.

"시바 신은 나에게 그 배역을 주지 않았소.

난 삶에서 신이 내게 준 배역에만 충실할 뿐이오."

 

 

-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글모음(writings) > 토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살 맞은 사람  (0) 2013.12.31
신을 생각하기 때문에 양치질이 필요없는 사람  (0) 2013.12.31
지금 하라  (0) 2013.12.31
인생에 대한 노래  (0) 2013.12.31
작업실  (0) 2013.12.3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