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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또 닮았다, 막걸리와 맥주의 차이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3. 4. 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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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또 닮았다, 막걸리와 맥주의 차이

 

 

2008년부터 시작된 막걸리에 대한 재조명은 외국 주류 사례들을 비추어가며 막걸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여느 주류보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며 전 세계 수만 종이 있다는 와인부터, 같은 곡주지만 오직 쌀과 쌀누룩으로만 빚어지는 일본의 사케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같은 저도수 주류인 맥주에 대한 비교는 적었는데, 맥주에 관한 다양성이 지금만큼 주목을 못 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독일에서만 5,000여종이 넘는 다양성을 가진 주류, 하지만 많은 비교가 없었던 맥주와 비교해보는 막걸리 이야기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맥주와 막걸리
그래서 빨리 만들고, 빨리 마시고

위스키 및 브랜디와 같이 알코올 도수가 높아 산패되기 쉽지 않은 소주같은 증류주와 달리, 발효주는 비교적 낮은 도수에 다양한 영양성분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숙성할 때는 신경 쓸 것이 무척 많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의 경우 1~3년, 사케의 경우 3달에서 1년 정도,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약주 역시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막걸리와 맥주는 신선도를 가장 중요시하는 만큼 빨리 만들어 빨리 마시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라거 맥주의 경우에는 발효에 1~2주, 이후 1달 정도를 저온 숙성한 후 출시되며, 막걸리의 경우엔 발효에 1~2주가 소요되나 저온숙성 처리를 안 하거나 한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막걸리란 뜻 자체가 이제 막 걸렀다는 신선함을 내포하는 의미이기 꼭 숙성 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막걸리는 음식 중 샐러드, 겉절이로 비유하기도 했다. 물론 맥주나 막걸리 중에서도 수개월에서 1년을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 역시 일반적인 제품에 비하여 상당히 높으며, 샐러드, 겉절이와 같은 신선함으로 즐기는 분위기보다는 숙성이 주는 풍미를 즐기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항아리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 모습

생막걸리와 생맥주의 차이, 효모의 유무
웰빙 열풍이 불면서, 대한민국은 열처리 또는 냉동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생’이라는 단어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생과일, 생우유, 생치즈, 생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생주의 대표적인 생막걸리와 생맥주는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기본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효모의 유무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맥주는 미세필터로 여과 작업을 진행하여 더 이상의 효모가 존재하질 않는다. 즉 알코올 발효의 역할을 하는 효모가 사라짐으로써 더 이상의 알코올 발효는 없다. 막걸리는 맥주에 비하면 간단한 여과를 거쳐, 효모, 누룩 등 다양한 영양소를 품고 있어, 병입 후에도 지속적인 발효를 진행, 막걸리 맛은 출하된 날짜에 따라 계속 변하게 된다. 막걸리의 출하 날짜가 맛을 결정하기도 하는 만큼, 날짜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막걸리 맛을 즐기는 것도 막걸리 만의 매력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으나, 하우스 맥주 및 독일 지방에 가면 효모가 걸러지지 않은 생맥주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자연탄산이 가득한 막걸리

발효 방법의 차이
세상의 모든 술 빚기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당분과 수분이 있어야 술이 된다는 것이다. 즉, 술이 되기 위해서는 포도든 사과든 쌀이든 당분이 함유된 주스가 되어야 한다. 곡물로 빚는 술은 이렇게 먼저 곡물에 있는 전분을 당분화 시키는 당화 과정을 거쳐 곡물주스(우리는 식혜를 생각하면 된다)를 만든다. 이렇게 당화가 된 주스에 효모가 들어가 탄산을 뿜으며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면 본격적인 술이 되는데, 이렇게 주스와 알코올발효를 동시에 시키는 것을 '병행복발효', 주스로 만든 후에 알코올 발효를 시키는 것이 '단행복발효'라고 한다. 막걸리는 전자인 병행복발효, 맥주는 후자인 단행복발효에 해당된다. 참고로 곡물이 아닌 과실로 술을 빚는 경우에는 복발효를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과실자체에 당분이 있어, 수분만 있으면 이미 주스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저도수 맥주 시장, 그래서 잠재력이 있는 막걸리
막걸리와 맥주가 원료 및 제조 시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저도수에 신선한 음료를 찾는 데는 변함이 없다. 즉, 같은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비교적 저렴하고 신선한 음료를 찾는 이 시장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왠지 수입 맥주는 멋있어 보이고, 막걸리는 서민적으로 보이는 문화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곡물과 지역의 문화를 담은 막걸리의 장점과 한류와 연계가 잘 된다면, 확대되고 있는 전 세계의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막걸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거대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특성과 매력을 갖춘 ‘문화와 다양성’이 존재하는 술이라는 것이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mw@juro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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