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월에 관한 시 모음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3. 11. 09:36

본문

3월에 관한 시 모음




      +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 3월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 3월을 기다리며 - 나명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가슴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3월

      3월의 첫 날에는
      창문의 겨울 커튼도 밀어내고
      구석구석 쌓여있던 먼지들도 털고
      창살마다 하얀 페인트를 다시 칠하리라

      베란다의 그 동안 버려두었던
      파랑 빨강 하얀 화분들도 깨끗이 닦고
      베고니아 피튜니아 꽃도 심을 준비를 하리라

      3월이면
      거리에도 꽃들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 3월 - 김태인


      아지랑이 밟으며
      들로 산으로 뛰놀던 개구쟁이 녀석
      때 구정물 뒤집어쓰고 코 풍선 불며
      탱자나무 둔덕 잔디에 누워 깜빡 잠들고
      가시에 찔려 꼼짝 못하고
      탱자나무에 걸려 있는 봄볕
      가시 하나 뽑아
      부풀려진 풍선에 심술
      지나던 하늬바람
      숨어 있던 풍선 속 겨울을
      북쪽으로, 북쪽으로





      + 3월이 오면 - 이길원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봄눈 질척이는 등산로 따라
      이제 막 눈뜬 시냇물 소리에 가슴 헹구고

      남쪽 바다 거스른 바람으론
      얼굴 단장하겠습니다

      옅은 새소리에 가슴 헤치면
      겨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산골 어디쯤 숨어 있는 암자 찾아 넙죽 절하고
      두 손 모아 마음 접으면
      선인(仙人) 사는 곳 따로 있을까

      석양 등진 길손의 헤진 마음
      어느 바람인들 못 헹굴까

      칼바람에 웅크린 꽃잎
      숨기던 화냥기 못 참아

      입술 내밀어 보내는 교태에
      가쁜 숨 몰아 쉬는 하늘 걸린 산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 3월은 말이 없고 - 황금찬


      얼음이 풀린 논둑길에
      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올랐다.

      이런 봄
      어머님은 소녀였던 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
      봄 이야기를 하셨다.

      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
      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 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
      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
      산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

      흰 연기를 뿜어 울리며 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 올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
      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

      이 3월이
      두고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
      천 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
      이제 곧 고향 3월을
      뜸북새가 울겠구나.

      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
      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
      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
      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3월의 나무 - 이채


      3월의 나무여
      생각하는 나무여
      잎이 돋아도 기쁘지만은 않네

      겨울을 나고도
      싹이 트지 못하는 씨앗을 위해

      꽃이 피면 더 아린 가지들아
      함께 걸어 온 저 길마다
      봄바람 불어도 행복하지만은 않네

      진실 하나 믿으며
      흙이 되고 거름이 된 갈잎을 위해

      3월의 나무여
      기도하는 나무여
      바람 먹고 물 마시고 햇살로 자라
      천년을 산에서 살리니

      보아라 저 산 푸른 잎,
      그대들의 소망





      + 3월의 꿈 - 김규동


      3월 달이라면
      해도 30리쯤 길어져서
      게으른 여우가
      허전한 시장기 느낄 때다
      오 함경도의 산
      첩첩준봉에
      흰 이빨 드러낸 눈더미
      아직 찬바람에
      코끝이 시린데
      끝없이 흐르는 두만강의 숨소리
      너무 가깝다
      느릅나무 검은 가지 사이로
      멀리 바라보이는 개울가
      버들꽃 늘어진 눈물겨움,
      마른 풀 사르는 냄새 나는
      신작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저분은
      누구의 어머님인가
      외롭고 어여쁜 걸음걸이
      어머님이시여 어머님이시여
      햇빛이 희고 정다우니
      진달래도 피지 않은 고향산천에
      바람에 날리는 봄이 왔나 봐요
      봄이 왔어요.





모차르트 /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음악듣기: hanmail-아래 표시하기 / naver-재생하기 클릭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이야기  (0) 2013.03.14
화창한 봄날   (0) 2013.03.12
뒷모습  (0) 2013.02.28
떠나야 할 때를  (0) 2013.02.28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0) 2013.02.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