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죽음 哭劉主簿(곡유주부)
인생은 한 번 피는 꽃
천지는 큰 나무다.
잠깐 피었다 도로 떨어지나니
억울할 것도 겁날 것도 없다.
人世一番花(인세일번화)
乾坤是大樹(건곤시대수)
乍開還乍零(사개환사령)
無寃亦無懼(무원역무구)
―원중거(元重擧·1719~1790)
조선 영·정조 시대의 학자 현천(玄川) 원중거가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친구를 조문하며 지은 시다. 삶이 있다면 죽음도 있게 마련이다. 그 법칙에서 벗어날 자는 아무도 없다. 죽어 마땅하다고 뒤돌아서 침 뱉을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사라지는 생명은 다 아쉽고 연민의 마음을 자아낸다. 더욱이 망자(亡者)가 그냥 보내기 아까운 사람이고, 게다가 남보다 일찍 서둘러 세상을 버렸다면 훨씬 더 아쉽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생은 천지란 큰 꽃나무에 한번 핀 꽃과 같은 것이라고. 어느 한철에 피었다가 곧 지는 것이 인생인데 모진 바람에 빨리 지는 꽃도 있고, 조금 더 오래 핀 꽃도 있다. 어쨌든 인생은 꽃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살아남은 자의 억울함과 두려움을 다독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