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다
- 백무산(1955~ )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이 저리 하찮은 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다 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의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의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만큼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숲으로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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