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은 술을 자주 즐기는 편이다.
얼마 전 WHO에서 발표된 순위로는 전세계 1인당주류 섭취량에서 세계 13위, 증류주 1위를 차지했다. 증류주 1위라고 해서 마치 특별한 주류로 생각될 수 있지만,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평소에 즐겨 마시는 소주이다. 즉 희석식 소주에 대한 섭취량이 세계 1위라는 것이다.
이렇듯 마시는 소주의 양으로 보면 1위지만 다양성에서는 폭이 좁은 것이 희석식 소주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술을 빚은 사람에 대한 정성을 느끼기보다는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헌에 남겨진 깊이 있는 우리술의 종류가 수백 종류인데, 그 다양성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우리술은 봄부터 시작한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2012년 최고의 우리술로 인정받은 2012 우리술 품평회 ‘대상’ 수상작들이다.
생막걸리 부분 대상 : ‘산천어 생막걸리’
강원도 화천, ㈜화천주가
강원도 화천의 맑은 물과 산, 그리고 공기를 배경으로 만들진 100% 국내산 쌀 막걸리다.
이곳의 대표는 이창규 씨.
양조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막걸리를 빚고 있으며, 2년전 막걸리를 위해 터를 잡은 곳이 강원도 화천 원천리라는 마을이다. 물의 근원이라는 원(原)천(川)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의 물은 미네랄이 풍부하여 막걸리의 자연발효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서 빚어지는 ‘산천어 생막걸리’에는 산천어가 들어가 있지는 않다는 점.
화천의 산천어 축제에 맞춰서 출시한 제품으로 화천의 맑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이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맛은 쌀 100%인 만큼 담백함과 말끔함, 그리고 상쾌함이다.
살균탁주 부분 대상 :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
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
산천어 막걸리가 신생 양조장이라면,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는 80년 역사의 막걸리업계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충남 당진에서 생산되는 해나루 쌀에 정화의 의미가 있는 백련차잎을 직접 재배하여 첨가, 막걸리라는 느낌보다는 기품있는 청주의 느낌을 주고 있으며 살균이 아닌 생막걸리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를 빚는 신평 양조장은 보다 젊은 층에게 지역의 막걸리문화를 알리고자, 가로수길, 강남역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에 막걸리 전문점 ‘셰막’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주 부분 대상: ‘대통주’
경기도 가평, ㈜우리술
우리술의 세계문화 유산을 외치며 주원료인 쌀은 계약재배로, 과실주에 쓰이는 과실조차도 모두 국산만을 고집하는 철학있는 양조장 ㈜우리술에서 나온 제품이다.
막걸리와 비슷한 친숙한 디자인을 하고 잇는 대통주는 우리쌀에 매실을 첨가하여 빚은 술로, 막걸리가 샐러드처럼 단기간에 빚어지는 술이라면 이 술은 40일간의 충분한 저온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완숙주이다.
증류식 소주: ‘명인 안동소주’
경북 안동, 명인 안동소주
전통식품명인 박재서 명인이 빚은 전통식 증류방식의 소주로 쌀 원액 100%의 증류주다. 안동고지대 지하 270m의 암반수에 막걸리에서 청주로, 청주에서 증류를 진행한 제대로 된 증류식 쌀 소주이다.
일반적인 소주와 전통 증류식 소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향이다. 정확한 원료를 잘 모르는 일반소주와는 달리 쌀로 빚은 청주를 그대로 증류한 만큼 깨끗한 맛을 자랑한다.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일반 소주와 비교하며 시음해보는 것도 이 술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기타주류: 허니와인
경기도 양평, 아이비 영농조합법인
벌꿀을 발효시켜 8도의 높지 않은 도수로 달콤함과 깔끔함을 모두 추구한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최근에 FTA체결로 국산꿀이 수입꿀보다 5배보다 더 비싼 상황에 양봉농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아이비 영농조합법인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허니와인이라는 꿀술이다.
유럽에서는 미드라고 불리며 끈적한 조청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이곳에서 개발된 허니와인은 끈적함과는 달리 와인이 주는 깔끔함이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살균된 것이 아닌 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대한민국에는 우리가 모르는 장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는 전통주가 많다.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이다. 우리가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가 담긴 우리술을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이 ‘갈때까지 가보자’라는 술 문화는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이유는 그것이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술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류문화 컬럼니스트/명욱 <mw@jurojuro.com>
조선일보 / 입력 : 2012.11.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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