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에서 마오타이(茅臺)는 국주(國酒)로 불린다. 맑은 빛깔과 입 안에 오래 남는 향기는 중국 바이주(白酒) 중 단연 최고다. 스카치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꼽힐 정도다. 중국 공산당 정부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장제스의 군대를 피해 구이저우성으로 도망친 홍군 병사들은 곪아 터진 상처를 마오타이로 치료, 전열을 정비했다. 마오쩌둥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외국귀빈과 만날 때 늘 마오타이로 건배한다. 주식 값은 상하이증시에서 가장 비싼 주당 251.16위안(약 4만4871원·26일 현재)이다. 국주의 당당한 위용은 이렇게 도처에서 나타난다.
마오타이의 본고장은 구이저우성 마오타이현이다. 기원전 135년 한 장수가 이곳의 술을 한무제에 바쳐 칭찬을 받았다는 기록이 사서에 남아 있다. 토양과 바람 습도 등이 술을 빚는 미생물이 자라는 데 최적이라고 한다. 마오타이가 세계에 알려진 것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 만국박람회부터다. 진열대에 오른 마오타이는 처음엔 눈길을 전혀 끌지 못했다. 낡은 종이에 둘둘 싸맨 조악한 포장 때문이었다. 중국대표는 실수를 가장해 술병을 떨어뜨리는 꾀를 냈다. 병이 깨지면서 퍼져나간 마오타이의 향기에 서양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예부터 모향(茅香)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깊고 진한 향기다. 마오타이의 진가는 이렇게 알려졌다.
마오타이는 수수와 누룩을 주원료로 1년 동안 8번 찌고 9번 말려서 만든다. 최소 3년 이상 숙성돼야 상품성이 있다. 제조방식과 원료의 배합에 따라 200여가지의 향을 낸다고 한다. 1960년대에 소량만 생산됐던 ‘다예쿠이화(大葉葵花·큰 잎 해바라기) 마오타이’는 경매에서 한 병에 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뛰어난 맛에 국주라는 격이 더해진 마오타이는 신분과시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턱내며 돈자랑을 하는 자리에는 항상 마오타이가 올랐다. 뇌물로 주기 위해 박스째 사는 사람도 늘어났다. ‘마실 사람은 안 사고, 산 사람은 마시지 않는다(喝者不買, 買者不喝)’라는 유행어도 생겼을 정도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술값은 10년 새 10배 올랐다. 재태크용으로 사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가격이 급등하자 짝퉁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10병 중 9병이 가짜라는 소리도 있다.
올 들어 공무원의 접대비를 통제하면서 마오타이 버블이 터졌다. 53도짜리 한 병 가격이 1300위안(약 23만4000원)으로 지난 설 때보다 43.5%나 폭락했다. 하지만 1300위안은 농민공 한 달 월급의 절반이나 되는 큰 돈이다. 여전히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밖에 안 된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국주로서는 2% 부족하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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