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북극성' 터에 자장율사가 세운 통도사 자장암
삼보(三寶) 사찰이라 하면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를 가리킨다. 불보(佛寶)는 통도사이고, 법보(法寶)는 해인사, 승보(僧寶)는 송광사이다. 세 군데 모두 한국에서 규모가 큰 사찰에 해당한다. 이런 이야기는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이므로, 책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이다. 책에 없는 이야기를 해야 독자가 즐겁다.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느낌과 체험이다.
해인사는 절의 느낌이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맑고 깨끗한 기운이 있다.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옛날 같으면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 느낌도 들고, 가야산이 1,000m가 넘는 날카로운 바위산이기 때문이다. 가야산은 오행으로 보면 화체(火體)의 산이다. 불꽃이 이글거린다. 정신이 번쩍 나는 산이다. 반대로 송광사는 아주 부드럽다. 넉넉하고 편안한 감을 주는 절이다. 조계산이 흙이 많이 덮여 있는 육산이라서 산세가 부드럽다. 그래서 나온 우스갯소리가 ‘해인사에서 3년 살면 주먹이 되고, 송광사에서 3년 살면 새색시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주먹이 된다는 것은 돌산인 가야산의 정기를 받으면 그만큼 강건한 기운으로 충만해진다는 말이다. 강건한 기운이 있어야 화두를 뚫을 것 아닌가! 송광사는 새색시처럼 유순한 기운이므로 포용하는 덕이 있다. 포용이 어디 쉬운가?
자장율사가 용을 제압하고 절 창건
자장암에는 금와보살 이야기가 있다. 금개구리가 산다는 것이다. 법당 뒤의 바위에는 어른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한 크기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바위 구멍 속에 금개구리가 산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었고, 그 뒤로부터 금개구리가 이 구멍에서 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자장암 방문객들은 이 금개구리를 보려고 몇 시간씩 그 바위 앞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가끔 그 개구리가 나타나기도 하면 사람들은 금와보살을 보았다고 좋아한다.
필자는 2011년 가을에 자장 암주 스님의 배려로 3일간 스님 처소 옆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다. 약 1,400년 전에 자장율사가 공부했던 그 터에서 잠을 자 본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유리창문 앞으로 200~300년은 되었을 성 싶은 적송들이 암자 터를 둘러싸고 있다. 높고 장엄하면서도 매우 점잖은 영축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자동차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 곳이다.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자동차 소음이 들리면 별로다. 그곳에 바위맥이 내려와 터를 받치고 있는데, 금상첨화로 노송들 수십 그루가 터를 호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람이 불면 저 앞산의 녹색 숲들이 흔들리고, 창문 앞의 낙락장송의 가지가 흔들거린다. 푸른 하늘과 청산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린 궁합이다. 게다가 신라불교의 틀을 정립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자장율사가 머물렀다는 역사적인 암자 아닌가. 한국에서 1,400년의 역사를 지닌 건축지(趾)가 불교 절 말고는 어디에 있겠는가.
몇 년 전에 프랑스의 권위지인 <르몽드> 사장 부부가 자장암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자장암의 이러한 풍광을 보더니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라고 찬사를 보내면서, “다음에 한 번 다시 올 테니까 그때는 꼭 하룻밤만 재워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프랑스에 가서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수도원의 특별한 방에 잠 좀 재워 달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재워 줄까? 아마 안 재워 줄 것이다.
자장율사는 중국에 가서 여러 명산을 참배했다. 중국의 청량산에 가서 기도했더니 문수보살이 나타나 가사 1벌과 사리 100과(果)를 주었다. “이걸 가지고 너희 나라에 가라. 너희 나라에 독룡(毒龍)이 사는 영취서산(靈鷲栖山)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쌓고 거기에 가사와 사리를 봉안하거라. 그러면 부처님의 진리가 오래 머물며 하늘의 용이 그곳을 보호하리라”는 가피(加被)를 받았다. 그 가피를 받고 자장율사가 세운 절이 오늘날 통도사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통도사 금강계단 앞의 법당 옆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독룡이 살던 터 임을 암시해 주는 연못이다. 통도사 터는 원래 용이 살던 연못과 늪지대였고, 자장율사가 돌아와 그 용들을 제압해 절을 세운 것이다. 통도사의 출발점이 바로 자장암이었다고 보면 된다. 자장암은 자장율사의 스케일과 안목을 읽을 수 있는 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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