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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암거북이 형세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2. 4. 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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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경주: 암거북이 형세

 

 

인간사는 환멸을 주지만 명산과 대천은 보고 또 봐도 변함없이 원기를 준다. 세간사에 지친 사람은 천하의 산천(山川)을 대순(大巡)해야만 기운을 회복하고 병이 낫는다. 산을 볼 때에도 그냥 보지 않는다. 그 맥이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리고 그 끝자락에 어떤 혈(穴)자리를 만들어 놓았고, 주변의 강물이 어떻게 감아 도는가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후유증이 없는 놀이이다. 산이 남자라면 강물은 여자에 비유된다고나 할까. 남녀가 서로 껴안아야만 명당이 생긴다. 자연을 사랑하다 보면 나중에는 산천 모양이 물형(物形)으로 보이는 경지까지 나아간다고 한다. 산이 동물 모습이나 사물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정도 되어야만 사람이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필자는 10년 넘게 신라의 천년 고도인 경주에 갈 때마다 '경주의 전체 지세는 어떤 물형으로 볼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 왔다. 그러나 내공 부족으로 딱 맞는 모양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경주의 역사와 지세에 해박한 정강정(68) 선생을 뵙고, '경주는 암거북이 형세'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선 경주 남산은 봉우리가 4개로 이루어져 있다. 고위산·금오산·양산·도당산이다.

이 가운데 김시습이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쓴 금오산(金鰲山)은 '금 거북이(자라)'라는 뜻 아닌가. 그다음에는 동학(東學)의 최수운이 공부를 한 용담정(龍潭亭)은 구미산(龜尾山)에 있다. 금오산이 거북이 머리라고 한다면 구미산은 꼬리에 해당한다. 옥녀봉에 올라가서 보면 남산이 거북이 머리처럼 보이고, 고위산은 거북이 눈이라고 한다. 반월성(半月城)은 거북이 가슴 부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경주 시내 전체는 거북이의 어떤 부위? '몸통'이 된다. 시내에 산재해 있는 둥그스름한 왕릉과 고분은 바로 거북이 알이다. 옛날에는 고분 400~500개가 시내에 있었다고 하는데, 거북이가 낳아 놓은 알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 거북이는 암거북이가 된다. 나는 그 어떤 공학적인 해석보다 이러한 신화적 설명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정 선생에 따르면 신라에 여왕이 3명이나 나온 것도 경주의 암거북이 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음기가 강한 임진년(壬辰年)의 선거 간판들은 박근혜·한명숙·심상정·이정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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