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힐링(Eco-healing) 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자연의 품에서 자연의 방식대로 먹고 자고 운동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일상의 바쁜 나날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이여, 잠시 멈춰 자연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질문하라. 지금의 나, 이대로 괜찮은가.
자연이 여기에 대한 답을 줄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10%가 보건의료제도, 15%가 유전 및 체질, 25%가 환경 그리고 50%가 생활습관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생활습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은 결코 평화롭지 않으며 우리 몸에 밴 습관도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 에코힐링은 바로 이에 대한 해법을 자연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자연과 하나 되어 음식, 운동, 명상 등을 통해 자연치유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
에코힐링은 어제 오늘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서양에서는 1936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내분비전문의 한스 세리 박사가 만성적 스트레스가 체내 질병을 야기한다는 이론을 제창한 이래 몸과 마음의 연결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고, 그로부터 오늘날의 보완의학·대체의학·자연의학 등이 태동하게 된다. 에코힐링의 자연치유력 개념 또한 이와 유관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민 소득이 2만 달러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에코힐링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소득이 높은 나라,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긴장과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건 당연지사. 자연을 찾아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부쩍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에코힐링을 기본으로 한 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연치유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하지만 왜 하필 자연인가. 국내 1호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의 진용일 교수는 말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죠. 그러니 도시에 산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자연을 통해서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지요.”
일상 속 자연치유 실천하기
그렇다고 무조건 도시를 떠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다만 자연의 방식대로 자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보통의 도시인들이 자연을 접하는 일이란 기껏 산이나 들로 가서 술 마시고, 고기 구워 먹고 하는 거예요. 그런 건 당연히 효과가 없죠. 진정한 자연을 접하는 게 아니에요. 현재의 도시 문화로는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는 것이죠. 먹고 마시면서 배를 채우는 대신 자연 속에서 비워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
주변을 둘러보자. 도시의 일상 속에도 자연은 얼마든지 있다. 사무실 한 귀퉁이에 놓인 화분 속 꽃이나 길가 가로수도 엄연히 자연의 일부다. 그것을 바라보고 말을 거는 것, 그것 자체가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진 교수의 설명이다. 5분이든, 하루 종일이든 시간은 중요치 않다. 얼마나 자연을 잘 감상하는가가 중요하다.
사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강원도의 한 자연치유센터를 찾은 S반도체의 김 모 씨는
“우리 같은 40대는 그야말로 ‘끼인세대’예요. 소외받는 느낌이 크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술밖에 없어요. 이제는 자연 속에서의 휴식, 쉼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집이나 회사 등 일상 속에서 자연치유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INTERVIEW | 진용일 힐리언스 선마을 생활습관 교수
Q. 선마을의 주요 역할은 어떤 것인가?
A.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선 최소 90일 가량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곳에서 1박2일, 2박3일 머무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 다만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명상, 쉼의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Q. 선마을을 방문하는 체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하루 100명으로 수를 제한하고 있다. 월 2000명 정도가 선마을을 방문한다. 해마다 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Q. 주로 어떤 이들이 이곳을 찾는가?
A.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이들이 다수다. 그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얼굴이 많이 굳어 있고 농담을 해도 잘 웃지 않는다. 웃는 게 부자연스럽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하지만 1박2일 이곳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생기를 되찾곤 한다.
Q. 체험자들 중에 극단적인 개선을 경험한 예가 있다면?
A.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가 있었다. 세 달 정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곳에서 이틀을 머물렀는데, 내내 밤잠을 설쳤다고.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집으로 돌아갔을 땐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부부 간의 성격 차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깊은 불안감에 시달렸는데, 명상 등을 통해 배우자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
Q. 도심 속 일상에서 쉽게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A.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내서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막상 실천이 쉽지 않다. 5분이든, 10분이든 수시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져보라. 자연에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명상이 된다. 그로부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가볼 만한 에코힐링센터
경주자연치유센터 | 자연식과 약선요리 위주로 상한 몸을 해독·정화한다. 자연치유와 재활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 질병을 극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문의 054-751-9788
깊은 산속 옹달샘 |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이 운영하는 명상센터. 명상과 걷기 위주의 프로그램이 다수다.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40~50대 부부를 위한 3박4일 중년부부학교 프로그램도 있다. 문의 043-723-2033
동의본가 힐링타운 | 신개념 한방의료시설. 전통한옥에서 개인별 맞춤형 약선음식과 건강식품을 섭취, 한방진료와 명상·기공 등 한방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 할 수 있다.
9월 개관 예정. 문의 055-973-9565
대티골 | 영양 대티골 마을을 비롯한 일월산 일대에서의 체험이 주가 되는 생태마을. 황토구들방, 자생화공원 등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
문의 054-682-7903
자연생활의 집 | 자연식 위주로 철저히 하루일과표에 맞춰 생활하며 숲 속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요리나 문화 강의도 진행된다. 근처에 통도사 등 유명 사찰과 온천도 있다.
문의 055-381-8153
청운골 생태마을 | 너와집과 굴피집 가옥을 조성해 전통마을 풍경을 재현한다. 천연 비누나 뻥과자 만들기 등의 당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수다. 시골장터 분위기의 토속음식도 맛볼 수 있다.
문의 031-773-3000
힐리언스 선마을 |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를 필두로 신개념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 식사·운동·명상·수면 등을 점검한다. 건강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두루 진행된다. 휴대폰 사용 불가.
문의 033-434-2772
박소란 시니어조선 선임기자 psr@chosun.com
김승완(C.영상미디어)
입력 : 2012.07.25 14:48
핀란드의 한 보건소에서는 40대 초반의 중견 관리직 6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영양, 운동, 금연, 금주 등 철저한 생활 관리를 받은 A그룹과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산 B그룹으로 나누어 관찰한 결과 15년 후 A그룹에서 암이나 심혈관 질환, 심지어 자살률이 훨씬 높았다. 왜일까.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각종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일종의 자극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는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몸이 위협에 반응할 준비를 하는 셈. 이후 혈압·혈당은 높아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진다
. 이 같은 상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질병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여기에는 명상이 특효다.
문숙은 <문숙의 자연치유>에서 “치유라는 것은 몸에 좋다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취하고 값비싸고 화려한 것들을 구해서 자신을 즐겁게 하려는 다급한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자제하고 욕망을 다스려서 내면의 공간을 마련했을 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라고 전한다. 한 걸음 나아가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명상은 더없이 좋은 치유제가 된다.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에서 이시형 박사의 말.
“자연은 규칙적인 듯 보이지만 불규칙적이다. 밤의 풀벌레 소리를 들어보라. 규칙적으로 우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묘한 불규칙음이 섞여 있다. ‘찌르르… 찌르찌르… 찌찌찌르르….’ 규칙성 속에 섬세한 불규칙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게 자연의 섭리다. 이 불규칙함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꽃, 나무, 새, 물, 바람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떠보자.
참고 도서; <마음의 힘>(한스미디어), <문숙의 자연치유>(이미지박스),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청아출판사),<에코힐링 워킹>(엘도라도)
시니어조선 senior@chosun.com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gettyimages/multibits)
입력 : 2012.07.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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