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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금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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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재사람 2012. 4. 1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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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금천교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 있는 경주 불국사의 대웅전 앞마당으로 정면에서 들어가는 문이 자하문(紫霞門)이다. 자하문에 이르기 위해서는 땅에서 45도로 경사진 17개의 화강암 계단인 청운교(靑雲橋)를 건너야 하고, 이어서 16개 계단인 백운교(白雲橋)를 건너야 한다. 통일신라시대인 750년 무렵에 김대성이 불국사를 중창하면서 조성한 청운교와 백운교는 국보 제23호로, 현존하는 신라의 다리로는 가장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물론 청운교·백운교는 강이나 내를 건너기 위한 길인 일반적 다리와는 기능이 다르다. 푸른 구름도 지나고 흰 구름도 지나야 진리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상징의 다리다. 이처럼 예로부터 다리는 실용적 필요뿐 아니라 상징을 위해서도 놓여왔다. 조선시대 궁궐 안의 금천교도 실용성보다 상징성이 더 큰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궁궐 초입에 자연의 개울이나 인공으로 끌어들인 물길로 안과 밖의 경계를 상징하도록 한 금천(禁川)을 건너가게 만든 다리다.

경복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등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주술적 의미, 군주와 신하들이 건널 때마다 국사(國事)에 맑고 바르게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는 교훈적 상징성 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금천은 조금만 가물어도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인 경우가 많지만 굳이 다리를 놓은 것도 그래서다.

창덕궁의 금천인 금천(錦川)에 놓인 금천교는 1411년에 놓여 조선시대 궁궐 안에 조성한 돌다리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문화재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더 두드러진다. 문화재청이 지난 3월4일 보물 제1762호로 지정한 이유다. 창덕궁 금천교를 살아 숨쉬는 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문화재청이 지난해부터 현대건설과 함께 추진해온 ‘금천 물 흘리기 사업’도 마무리돼 지난 4일 통수식을 가졌다. 금천에 물이 흐르는 모습은 시민들이 앞으로 5월과 6월, 9월과 10월의 음력 보름 무렵 저녁에 진행하는‘창덕궁 달빛기행’ 시간에만 예약을 거쳐 볼 수 있다. 5월은 3∼7일이다. 하늘이 맑으면 휘영청 밝은 달빛이 흐르는 밤에 역사의 향기, 아름다운 풍광, 정신의 교훈 등을 느끼고 젖어들며 되새길 수 있다. 금천교를 실제로 건너진 않더라도 4·11 총선 당선자들 역시 그 교훈적 의미는 깊이 간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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