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게스트 하우스’ 붐이 전국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낯 모르는 이들과 공간을 나눠 써야 한다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하루 2만원 안팎이라는 저렴한 숙박요금은 여행자들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요. 그러나 게스트하우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진짜 이유는 저렴한 요금에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무엇보다 공동의 공간에서 비슷한 여행자들과 함께 어울려 서로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근래에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층 고객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건축자재를 만드는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휴가차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숙소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답니다. 제주 올레길 마니아인 그는 특급호텔을 마다하고 늘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갑니다. 낮이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의기투합해 올레길을 걷기도 하고, 저녁이면 옆 침대의 낯선 여행자들과 통성명을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간혹 흥이 나면 맥주와 간식 따위를 인심 좋게 ‘쏘는’ 일도 있다는군요. 모르긴 해도 그는 게스트하우스 매력뿐만 아니라 여행의 진정한 매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행은 어찌 보면 소통과 다름없습니다. 자연과 계절 그리고 사람과 역사와 소통하는 일. 그게 바로 여행인 것이지요.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다른 이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 중 하나일 겁니다. 사실 여행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렇게 낯선 이들과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자연스러운 소통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즈음에는 서울의 홍대 앞이나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서울의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외국인 여행자들을 겨냥한 곳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태부족이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이런 게스트하우스는 연일 성업 중입니다. 부산 해운대에도 게스트하우스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숙박영업을 할 수 없는 오피스텔에서 불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말썽을 빚기도 했지만, 해운대의 게스트하우스에는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손님들이 밀려든답니다.
게스트하우스가 잇달아 문을 열고 인기를 누리는 것이 반가운 이유는 그것이 바로 건강하고 다양한 여행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의 숙소가 호되게 비싼 특급호텔과 붉은 네온등의 불온한 모텔들로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의 문턱을 낮추고, 서로 소통하며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의 성업이 반갑습니다. 다양한 숙소는 곧 성숙한 여행문화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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