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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복제전쟁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12. 3. 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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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비아그라 복제전쟁

 

 

‘금병매’의 요부 반금련은 서문경과 마지막 교합을 하기 전에 홍연환(紅鉛丸)이란 환약을 건넨다. 도교에서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치는 금단 (金丹)과 동녀(童女)의 초조(初潮), 청매실을 가열해 정제한 오매수(烏梅水) 등을 섞어 만든다는 미약(媚藥)이었다. 구성성분도 색다르거니와 제조법도 까다로워 가짜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격렬한 방사를 치르던 서문경은 파정(破精)과 동시에 피를 토하고 죽는다.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세르카는 개와 기니피그의 고환을 으깬 용액을 자신에게 주사하곤 했다. 젊은 시절의 스태미너와 정기를 되찾아준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파리의과대학을 졸업한 내분비학 창시자의 한 사람이었는데도 ‘돌팔이’만도 못한 처방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한 남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곤 했다. 서문경처럼 토혈(吐血) 후 급사(急死)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에 이상이 생겨 말못할 고민을 한 사람이 부지기수였을 게다.

상황이 바뀐 건 1990년대 후반이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데나필’ 성분의 심혈관 확장과 혈압 강하 효과가 기대 이하였던 탓에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했던 남성 환자들 사이에 “왜 중단하느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먹다 남은 약의 반납도 거부했다. 알고보니 심장뿐 아니라 성기의 혈관까지 확장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던 거다. 피임약과 함께 20세기 성(性)혁명을 이끌었다는 비아그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1998년 3월 미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받은 이후 20억정 넘게 팔려 나갔다니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다. 세계 수천만명의 남성이 복용했으며, 지금도 1초에 6개씩 판매된다고 한다. 오는 5월 비아그라 특허만료를 앞두고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식약청에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복제약이 원래 약과 효능이 같음을 확인하는 시험)을 신청한 제약사가 무려 29개에 이른단다.

제품 이름도 야릇하다. ‘헤라크라’(CJ제일제당) ‘누리그라’(대웅제약) ‘스그라’(비씨월드제약) ‘자하자’(동광제약) ‘세지그라’(하나제약) ‘그날엔포르테’(경동제약) ‘오르맥스’(일양약품)…. 대부분 발기부전의 치료보다는 정력제라는 인상을 줘 민망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치열한 기업가 정신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엄두는 못 내고 복제약시장 확보를 위해 이전투구하는 모습이 딱해 보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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