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운명 같은 일탈을 꿈꾸지만 남의 일탈은 고운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게다가 꼬리가 길면 잡힌다. 케네디도 들켰고 클린턴도 들켰으며, 타이거 우즈도 들키니 잠깐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후유증은 추하고 망신스러웠다.
이들이 끝까지 안 들켰다면 어땠을까? 죽을 때까지 안 들키면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 같다. 당시 54세였던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와 31세 이탈리아 마지막 왕비 마리아 조제가 은밀한 사랑을 나눴다고 최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들은 짧은 기간 친밀하고 로맨틱한 관계를 가졌고 무솔리니 부인도 두 사람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남편이 바깥일 보러 간 사이 여주인공은 외간 남자와 정사를 즐겼다.
남자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 속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 오는 것”이라며 여자를 꼬셨지만 여자는 결국 남편의 걱정 어린 얼굴을 떠올리며 차마 따라나서지 못했다.
나중에 남편이 임종할 때 ‘아내의 뜨거운 사랑을 알고 있었다’며 고백했고 여자는 죽을 때 ‘인생 전부를 가족을 위해 바쳤으니 죽은 후에는 그 남자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만약 남편이 낌새를 채고 성질대로 했다면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이 더럽고 추잡스러운 사랑으로 바뀌었을 것도 물론이다.
인생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위기는 중년, 불혹의 나이지만 실제로는 탈선의 시기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이 찾아온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뜻하지 않은 사랑이 다가오면 절대로 못 들어오게 갑옷을 둘러야 할까, 아니면 몰래 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는데 눈 한 번 살짝 감고 내버려둬야 할까.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 ‘더 베풀 걸, 더 즐길 걸, 더 행복할 걸…’이라던데, 더 늦기 전에 절절한 사랑을 해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죽기 전 해보고 싶은 일들) 1위는 아닐까?
그러니까 결론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참 좋다고? 그래서인지 몰래 한 사랑은 들춰진 사랑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 보인다. 미친 척하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깨맛인지 꿀맛인지 정신을 못 차리고 헤어나지 못하다 꼭 티를 내고 만다.
전화가 오면 깜짝 놀라 밖에 나가 받는다든가, 휴대폰에 문자를 흘린다든가, 차에 뭔가를 떨어뜨리거나 아니면 유난히 멋부리다가 꼬랑지가 잡힌다. 어설프게 하니까 딱 걸리지, 프로답게 하면 실수가 없다.
바람을 피우더라도 예의는 깍듯이 갖춰야 한다.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칠칠치 못해 들킨다면 오리발이 최고다.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도 갖은 핑계를 대며 얼굴에 철판 깔고 끝까지 빡빡 우겨야 한다.
바람피우다 발각됐을 경우 남성은 평소보다 더 당당한 태도(32.7%)를 보이는 반면 여성은 절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는 것(38.5%)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여자들이 잘하는 거다. 인정하고 나면 뒷감당하기 쉽지 않다.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영원히 사랑하고 식지 않을 수만 있으면 참 좋으련만, 서리 맞은 고춧잎처럼 말라비틀어지는 사랑도 많다. 뜨거운 사랑은 꼭 청춘 남녀만 해야 하냐며 닳고 삐걱거리는 중년이 불륜을 꿈꾼다고 돌 던지면 되냐고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다.
판단력 부족으로 결혼하고, 인내력 부족으로 이혼하며, 기억력 부족으로 재혼하게 된다던데, 단지 먼저 만났다는 이유로 싫은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한다는 건 서로에게 불행인 것인가.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www.sexeducation.co.kr)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5호(1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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