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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참새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2. 2. 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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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참새

 

 

중국의 남전(南泉)선사가 어느 스님과 뜰을 거닐고 있었죠.

뜰에는 참새가 있었습니다.

부리로 땅을 쪼아 대고 있었죠.

이리 콕콕, 저리 콕콕, 잽싸게 움직이며 말이죠.

그때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째서 참새는 저렇게 바쁜 겁니까?"
이를 들은 남전선사는 가만히 신발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참새 흉내를 내듯이 땅을 '탁, 탁, 탁' 쳤습니다.

스님이 다시 물었죠. "스님, 그렇게 땅을 치는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남전선사가 답했죠. "참새를 쫓아내려고 한다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죠.

두 스님이 말다툼을 시작했습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아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다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혜능 스님이 한 마디 '툭' 던졌죠.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그대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바람은 부는 게 바람이죠.

불지 않는 것은 바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바람은 그냥 있어도 부는 존재죠.

깃발 역시 마찬가지죠. 그냥 매달려 있을 뿐이죠.

바람에 펄럭이든, 축 처져 있던 말이죠.

거센 바람에 세차게 펄럭이는 깃발, 다시 보세요.

어떻습니까. 바람도 그냥 있고, 깃발도 그냥 있나요.

그렇죠. 실은 삼라만상이 그렇게 그냥 있는 존재죠.

'바쁘다' '분다' '펄럭인다'하는 것은 모두 '나'의 생각입니다.

'나'라는 에고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인 거죠.

그래서 남전선사는 신발을 벗어 땅을 쳤습니다.

'바쁜 참새'를 쫓아내려고 말이죠.

바쁜 참새를 내쫓고 '있는 그대로의 참새'를 보라는 겁니다.

그렇게 참새를 보고, 그렇게 바람을 보고, 그렇게 가족을 보고,

그렇게 이웃을 보고, 그렇게 세상을 보라는 거죠.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럼 어찌 되냐고요.

그냥 있는 참새, 그냥 있는 바람, 그냥 있는 깃발을 보면 어찌 되냐고요.

답은 간단합니다. '흔들림'이 없어지죠.

그 순간,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고,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이 되죠.

놀라고, 걸리고, 물드는 '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에고의 창, 그 색안경을 벗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 백성호 기자의 우문현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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