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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효자동으로 소수종교·무속인 몰렸다는데…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2. 1. 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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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효자동으로 소수종교·무속인 몰렸다는데…

 

 

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남동쪽에 위치한 효자동 일대. 예스러운 한옥과 독특한 디자인의 갤러리·카페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평일에도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하지만 효자동에 한옥과 갤러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 사이사이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종교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불교 등의 웅장한 종교시설과 달리 여느 효자동의 카페처럼 한옥을 개조해 만들거나, 연립주택의 한 층을 임대해 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진 종교시설이란 것도 알아채기 어렵다. 이 일대에만 6~7곳의 소수종교가 자리 잡고 있고, 작명소와 철학원까지 합하면 20여곳이 넘는다. 서울의 한복판에 왜 소수종교 시설이 모여 있는 것일까.

경복궁 옆 효자동 골목길이 종교발상지인 한 소수종교(사진 왼쪽). 이 종교의 경전(經典) (사진 오른쪽)은 ‘이땅을 사는 사람들의 한글말씀’이라는 뜻이다. / 이승현 인턴기자

효자동 일대에 소수종교 시설이 모이는 이유를 풍수학계는 '인왕산의 영험한 기운'으로 설명한다.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인왕산이나 계룡산처럼 바위로 이뤄진 산은 풍수지리학에선 기운이 센 곳으로 본다"고 했다. 인왕산의 기운 때문에 소수종교인이나 무속신앙인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는 북악산이 아닌 인왕산을 주산(主山)으로 삼을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선 중기 광해군 때에도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아 궁을 옮기려 했으나 반정으로 무산됐다. 김 교수는 "인왕산은 두 번이나 소박을 맞은 셈인데, 이처럼 억울한 사연이 있는 지역을 민간신앙에선 더 영험한 곳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효자동 일대의 소식지 '서촌라이프'의 발행인 설재우(32)씨는 "주민들로부터 이곳의 터가 좋아 과거 한 종교단체가 땅을 대거 매입하려고 시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효자동 일대를 발상지로 여기는 A교 관계자는 "계시에 의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면서도 "(위치선정이) 풍수지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효자동 일대를 '기(氣)가 모여 있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A교는 자체 추산 교직자 수만 4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 효자동에 교당을 연 B교의 신도 박모(44)씨는 "교당을 열 곳을 찾아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결국 이곳에 이끌렸다"고 했다.

조선의 정궐(正闕) 경복궁과 인접해 있다는 점도 소수종교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H종교시설의 신도 정모(63)씨는 "예전에는 경복궁 담 아래로 인왕산에서 발원한 개천이 흘렀는데, 이곳이 매우 좋은 터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소수종교뿐 아니라 점집이나 작명소도 많은데 이는 청와대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청와대로 발령을 받으면 소문이 나지 않게 점집을 찾아오고, 청와대 근처에서 자녀 이름을 지으려고 오는 시민도 적지 않다는 것.

이들 소수종교 시설과 점집 등을 보는 효자동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부동산중개업자 원모(72)씨는 "건물주들이 종교 시설을 꺼려 세(貰)를 잘 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종교시설 맞은편에 거주하는 주민 차모(67)씨는 "이곳 종교시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포교를 하지도 않고 대체로 조용하다"며 "오히려 흥미롭다"고 했다.

물론 효자동 일대가 풍수가 좋아 종교시설이 모인다는 풍수학자들의 의견을 부정하는 종교단체도 있다. 효자동의 C교 교화원의 총무는 "우리는 내적수양을 기본으로 하고 미신을 배척한다"며 "땅의 기운이 좋다는 것은 고려조차 해본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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