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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老人星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1. 7. 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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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제주도의 老人星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 집계가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곳이 제주도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 · 군 · 구별 통계로 제주시가 58명(3.2%)으로 가장 많고,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로 쳐도 제주도가 15명으로 최고였다. (군 · 구별 통계로는 전북 장수군이 인구 10만명당 36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제주도는 옛날부터 장수 지역으로 알려졌는데,현대의 과학적 조사가 그 역사를 뒷받침해준 것 같아 흥미롭다. 옛 글을 보면 여러 기록들에서 제주도에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칭송했는데,실학자 이수광(1563~1628)이나 1세기 뒤의 이익(1681~1763)도 그에 속한다.

이수광은 그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당대의 장수자로 맹산에 130세,대구에 112세 노인이 있다며 강릉,안변,영덕,이천을 조선의 대표적 수향(壽鄕)이라 소개했다. 그리고 이어 제주에는 100세 이상이 10명이 넘는데,그 원인은 거기서는 노인성(老人星)이 보이기 때문이라 했다.

이익 역시 제주가 장수 지역이라며 그 원인으로 노인성을 꼽았다. 그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의하면,이익의 당숙이 제주 목사일 때 노인 잔치를 벌였는데,140세 된 사람을 비롯해 100세 이상자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한라산에서는 노인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793년(정조 17년) 11월 정조는 제주도에 어사를 파견하면서 제주도민을 향한 윤음(綸音)을 발표했는데,역시 노인성을 거론하고 노인이 많음을 말한 것이 당시 《실록》에 남아 있기도 하다.

노인성은 하늘의 수많은 별 가운데 시리우스 다음으로 대단히 밝은 별이라지만,남극 주변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지역 정도에서나 남쪽 지평선에 잠시 보일 뿐이다. 수성(壽星)이란 별명으로 알려질 정도로 이 별을 보면 장수하고 나라가 태평하다는 전설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말에 한 번 기록돼 있지만,고려 때에는 제법 기록이 많다.

우리 역사에서 노인성의 등장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경우로는 1170년 봄 고려 의종(毅宗) 24년의 경우가 있다. 서해도 안찰사 박순가가 노인성을 보았다고 역마를 달려 궁궐에 보고하자 나라 전체가 몇 달 동안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가 됐다.

의종이 친히 노인성에 제사를 지냈고,태자에게도 그리하게 했으며,고위 신하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렸고,전국 여기저기에서 노인성에 제사를 올리게 했다. 하기는 이 때만이 아니라 조선 후기까지도 노인성에 대한 제사는 계속됐음을 알 수 있다. 1170년처럼 요란하게는 아니었지만….

해마다 설날이면 도화서에서는 그림을 그려 임금에게 바쳤고,이 세화(歲畵)를 임금은 신하들에게 나눠주는데 그 주제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도 바로 수성 또는 노인성이었다. 그러니 해마다 입춘이면 대문에 붙이는 춘첩자(春帖子) 가운데 인기 글귀가 바로 '북당훤초록 남극수성명(北堂萱草綠 南極壽星明)'이었던 것도 이해할 만하다. '북당에는 상서로운 풀 푸르고,남극에는 노인성이 밝구나!'라는 말이다.

이제 세상은 한참 바뀌어 아무도 제주도의 장수가 노인성 때문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100세 이상은 전 세계에 40만명 정도라는데,미국이 7만명 이상,일본이 3만명 이상이라니,한국의 1836명(작년 11월1일 현재)은 앞으로 급속히 늘어갈 전망이다.

장수가 옛날처럼 축복만 받을 일은 아니지만,제주가 한국의 대표적 장수 지역이란 사실은 축하할 일이 아닐까. 그것은 노인성 때문이 아니라 빼어난 자연 덕택일 것 같다. 유네스코 3관왕이 어딘가. 2002년 생물권 보존지역,2007년 세계 자연유산,2010년 세계 지질공원 등으로 제주는 연속 국제적 인증을 받아왔으니 말이다. 제주도로 이주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성래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과학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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