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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신사옥의 中庭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1. 6. 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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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애플 신사옥의 中庭

 

 

내가 짓고 싶은 집은 3가지 조건을 갖춘 집이다. 구들장, 다실(茶室), 중정(中庭)이 바로 3가지 조건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구들을 덥히는 온돌방은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운동도 필요하지만 잠을 자면서 동시에 피로를 푸는 수단이 구들장이다. 세계 최고의 침실은 한국의 온돌방이다. 집안에서 조용하게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다실을 마련해 놓은 집주인은 높은 품격을 지닌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다음에는 중정(中庭)이다. 중정은 집안에 있는 정원을 가리킨다. 우리의 전통 가옥 가운데 'ㅁ'자 형태의 집 마당이 중정에 해당한다. 중정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의식세계가 중정으로 향하게 된다. 바깥보다는 내면으로 집중하게 하는 구조인 것이다. 돈을 버는 사회활동인 밖을 향한 생활을 하다가 중정이 있는 집에 들어오면 밖으로 향한 관심을 잠시 접고 안을 향하게 된다.

이번에 스티브 잡스가 세계 최고의 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한 애플의 신사옥 모양을 보니까 도넛처럼 둥근 원형이다. 그 형태가 원형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융합(融合)에서 창의(創意)가 발생한다'는 잡스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선택한 디자인일까? 원형은 단절이 없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융합에 적당하다. 원형으로 짓게 되면 내부 공간, 즉 중정이 발생한다. 여기에다가 살구나무를 비롯한 6000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한다. 중정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이다. 콘크리트 빌딩의 해독제는 나무숲이기도 하다. 중정을 나무 숲이 아니고 다른 형태로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예를 들면 중정을 연못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연구직에는 물이 필요하다. 물을 보아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더군다나 컴퓨터, 아이폰과 같은 전자산업은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물이 있어야 상쇄가 된다. 중국식으로 중정을 만든다면 석가산(石假山)이 될 수 있다. 인공으로 조그만 바위산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 요안지(龍安寺)처럼 바닥에 모래를 깔고 군데군데 돌을 세우면 고산수(枯山水)의 명상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애플의 신사옥 중정이 완성되면 과연 어떤 분위기가 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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