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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1. 8. 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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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 경 옥 -

 

 

뒤를 남기면서

날마다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가다가 잠깐 뒤돌아보았을 때

지상은 눈이 내리고

눈에 묻혀 지나온 길이

하얗게 지워지고 있었다

닳아 오르던 열정의 한때

목쉰 울음을 눌러

아무도 모르게 삼키던 좌절이

일순 그 길가에서 손을 흔들다가

마른 잎으로 흩어졌다

멀고도 찬 저 별이

이마 위에서 물소리를 내는 동안

자양이 되지 못한 몇 개의 슬픔들이

오늘은 어디쯤서 길을 잃었는지

갈 길이 보일 듯

보일 듯하다 흐려놓는 눈발이

걷히지 않고 여태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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