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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오후, 길을 잃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1. 8. 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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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오후, 길을 잃다

 

                                       - 장 진 숙 -

 

 

집을 나섰다 무작정

물방개 소금쟁이도 없이

어질러지는 의식의 못자리

여릿여릿 흔들리다 욱신거리는 날

풍경이 물구나무선

빗물 고인 웅덩이 여럿 건너뛰며

어지러운 잔상들 마음 바깥으로

쓸어내는 산책길 진저리치며

나무들 젖은 이파리 털어 내느라 부산하고

깃털 한 올 젖지 않은 얄미운 휘파람새

뭐 그리 즐거워 솟구치는지

올려다보다 문득

길을 잃었다 검은 커튼이

내린 듯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지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 중이었는지

씻은 오이처럼 풋풋한 바람에게 묻는다

들쭉나무 어린줄기 슬며시 감고 오른

메꽃에게 물어 본다

그들이 손짓하는 방향으로 석양이

새털구름 앞세우고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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