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오후, 길을 잃다
- 장 진 숙 -
집을 나섰다 무작정
물방개 소금쟁이도 없이
어질러지는 의식의 못자리
여릿여릿 흔들리다 욱신거리는 날
풍경이 물구나무선
빗물 고인 웅덩이 여럿 건너뛰며
어지러운 잔상들 마음 바깥으로
쓸어내는 산책길 진저리치며
나무들 젖은 이파리 털어 내느라 부산하고
깃털 한 올 젖지 않은 얄미운 휘파람새
뭐 그리 즐거워 솟구치는지
올려다보다 문득
길을 잃었다 검은 커튼이
내린 듯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지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 중이었는지
씻은 오이처럼 풋풋한 바람에게 묻는다
들쭉나무 어린줄기 슬며시 감고 오른
메꽃에게 물어 본다
그들이 손짓하는 방향으로 석양이
새털구름 앞세우고 가고 있었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0) | 2011.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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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0) | 2011.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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