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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1. 8.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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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는 - 최홍윤


      서늘하게 타던 농심이 이제
      팔 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된더위 만나 허위적거리지만
      기찻길 옆에 선홍빛 옥수수
      간이역에 넉넉히 핀 백일홍
      모두가 꿈을 이루는 8월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또 하나의 지난날들
      앳되게 보이던
      저어새의 부리도 검어지는데
      홀로 안간힘으로 세월이 멈추겠는가
      목 백일홍 꽃이 지고
      풀벌레 소리 맑아지면은 여름은 금세
      빛 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마는 것
      우리가 허겁지겁 사는 동안
      오곡백과는 저마다 숨은 자리에서
      이슬과 볕, 바람으로 살을 붙이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단지, 그 은공을 모르고
      비를 나무라며 바람을 탓했던 우리
      그리 먼 곳보다는
      살아 있음에 감사할 뿐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가슴 벅찬 일인데
      어디로 가고
      무엇이 되고 무슨 일보다,
      8월에는 심장의 차분한 박동
      감사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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