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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전쟁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1. 7. 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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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맥주 전쟁

 

 

 

 

 

'드링크 드링크 드링크!(Drink Drink Drink!).별들이 온 몸을 휘감을 때/ 별처럼 빛나는 그대 눈을 위해 잔을 들어 건배하세/ 나무 위에 영근 과일처럼 달콤하고 붉은 그대 입술을 위하여/ 우리 모두 마시세.…잔을 들어 건배하세.젊은 가슴들이 결코 헤어지지 않기를.'

뮤지컬 영화'황태자의 첫사랑'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입학한 황태자가 선배와 동료들 앞에서 대형 컵에 담긴 맥주를 단숨에 마셔야 하는 신입생 신고식을 치르면서 부르는 노래다. 맥주는 이렇게 여럿이 즐기는 술이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반전 연설을 한 곳도,히틀러가 최초의 정치 연설을 한 곳도 맥주집이었다.

맥주의 역사는 길다. 고대 이집트에선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지불됐고,중세엔 수도원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15세기 들어 대중화되자 독일의 빌헬름 4세는 대맥 · 호프 · 물 외엔 어느 것도 사용해선 안된다는'맥주 순수령(1516년)'을 공포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건 루이 파스퇴르의 열처리살균법 발명 이후다.

국내엔 1933년 일본인들이 조선맥주㈜와 소화기린맥주㈜를 설립하면서 보급됐다. 1970년대 초까지 전체 주류 매출의 6%였던 맥주 소비는 1993년 55.8%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34억5000만병,1인당 86병꼴이었다.

맥주 소비가 늘어난데다 외국산 맥주 수입까지 증가하면서 국내 맥주 시장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추세다. 외국산 맥주 수입은 2005년 1만9566㎘에서 지난해 4만8712㎘로 급증했다. 대형 마트에선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고 할 정도다.

수입 맥주가 인기인 이유는 한 가지,국산 맥주가 도통 맛이 없다는 것이다. 쌉싸름하고 깊은 맛에 향도 다양한 수입 맥주에 비해 국산 맥주는 밍밍하고 캔맥주의 경우 깡통 냄새가 난다는 불만도 나온다.

맛이 없는 이유는 맥아 함량 부족과 8~9도 고알코올로 발효시킨 뒤 탄산수를 섞는 제조법 때문으로 여겨진다. 독일은 물론 일본에서도 맥아 함량이 최하 66.7%는 돼야 맥주라고 한다는데 우리는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돼 쌀 · 옥수수 같은 대체 원료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

독과점에 익숙해져 연구 개발은 소홀히 하고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다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수입 맥주 점유율은 현재 3%지만 이대로 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맥주 전쟁의 성패는 맛에 달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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