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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봉(畵筆峰)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0. 7.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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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봉(畵筆峰)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가장 선호했던 산봉우리가 있다. 바로 문필봉(文筆峰)이다. 봉우리의 모양이 붓의 끝처럼 뾰쪽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각형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 이 문필봉이 집 앞에서 보이거나 묏자리 앞에서 보이면 후손 중에 문장가나 큰 학자가 나온다고 믿었다. 조선시대 명문가의 기준은 집안에 학자가 나와야 하는 것이고, 그 학자는 문필봉의 정기를 받아야 나오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화필봉(畵筆峰)도 있다. 이름난 화가가 배출된다는 봉우리이다. 모양은 문필봉과 비슷하지만, 봉우리 끝이 날카롭지 않고 약간 뭉툭하거나 옆으로 기울어진 형태이다. 그림 그릴 때는 붓을 약간 뉘어서 그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필봉은 많이 보았지만 이름난 화필봉은 직접 구경할 기회가 없었다.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1912~2005) 화백의 할머니 묘 앞에 화필봉이 있다는 소문을 오래전부터 들어오던 중에, 얼마 전 후손의 안내로 현장을 가 볼 수 있었다.

제천시 수산면 다불리 반룡산 정상에 있는 이 묘는 풍수에 조예가 깊던 월전의 부친 장수영과 장수영이 모시던 풍수 선생이었던 연서(蓮西) 정상용이 합심해서 잡은 자리였다. 반룡농주형(盤龍弄珠形)이다. 똬리를 튼 용이 구슬을 희롱하는 형국이다. 해발 600m 높이 산 정상 부근의 험한 바위절벽 위에 있었다. 묘 앞에 과연 화필봉이 보였다. 천석꾼이었던 장수영이 머슴 10명분의 연봉을 풍수 선생에게 주고 단양, 충주, 제천, 문경 일대의 산들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자리였다고 한다. 1907년에 묘를 쓰면서 '후손 가운데 유명한 화가가 나온다'는 예언이 있었는데, 과연 5년 후에 월전이 태어났다. 월전은 살아생전에 본인이 화가로서 성공한 배경에는 할머니 묏자리의 정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인물이 나오려면 명당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깔아놓은 적선(積善)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적선 없이 기술적으로 명당만 쓰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이 집안은 구한말 의병대장의 자금을 대면서 일경에 쫓기기도 하였고, 춥고 배고픈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다. 그 적선으로 6·25 때는 한 사람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 여주의 영월루 옆에 서 있는 '기동보린사(畿東保隣社)' 비문에는 그 적선 공덕이 적혀 있다.

 

/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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