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사랑
필자가 클리닉에서 성인들의 성생활에 대해 상담해 보면 부부 간의 성행위는 꾸준하게, 마치 학생들이 정해진 강의시간에 출석하듯 일정한 패턴으로 행해져야 부부 사이가 좋은 것으로 믿는 여성이 의외로 많다. 남편이 1~2주 동안 성교 욕구를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변했나보다” 하며 한숨을 쉬거나, 아니면 정력이 약한 약골이 됐다고 보약을 먹이는 주부가 많았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은 섹스를 ‘make love’ 라고 하는 서양사람들의 관용어를 확대 해석한 탓일지도 모른다. 1924년 뉴욕의 지식층 남녀 100명씩을 조사한 해밀턴 보고에 따르면 ‘부부싸움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남편 측의 36%, 부인 측 의 45%가 ‘성생활 불만’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 섹스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섹스가 곧 사랑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섹스의 임상사례를 하나 보자. 58세 된 부인과 64세의 남편 사이에 벌어진 성적 고민의 실례다. 제2금융권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 남편은 젊었을 때부터 여자를 좋아해 쾌락추구를 위한 섹스는 밖에서 즐기고, 집에서는 생식 성교를 수행한다는 수준에서 적당히 남편의 도리를 해왔다. 남편이 벗어놓은 양복을 챙기다 보면 여자의 소지품이 바지 주머니에서 나오기도 하고, 지갑 속의 돈이 크게 축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여자는 모르는 척했는데, 그런 것을 따지면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의 섹스는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행하는 것이므로 전희나 사랑의 밀어도 없이 언제나 벼락치기 식이었다. 이처럼 성생활도 원만하지 않아 결국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 여성은 주부로서의 지위 안정이나 경제적 생활에는 불만이 없고, 해소되지 않는 성적 에너지가 불러오는 초조감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기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녀는 남편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고는 정신적 애정마저 없다고 단정해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의 말은 전혀 달랐다. 육체적인 욕구는 외부에서 화류계 여성을 상대로 해소하고, 가정에서는 아내와 더불어 정신적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 남자를 보면서 영장류 동물에서 지적인 인간으로 발전하는 전환점까지 이어온 강자의 일부다처(polygamy) 욕구가 남녀평등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도 불식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남편은 분명히 아내에 대한 ‘정신적 사랑’은 견지하고 있고, 또한 나이에 비해 참으로 왕성한 ‘육체적 사랑’도 지니고 있으면서 두 가지 사랑은 서로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아내는 ‘사랑의 상실에 대한 공포’나 ‘자존심의 상처’를 억제하여 ‘남편은 분명히 내게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성적 문제는 가슴을 열어 진지한 태도로 의논해 보는 것이 파국을 피하는 원만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충돌해 정신적 사랑마저 잃게 되면 결국 수십 년간 이어온 결혼 생활이 파국에 이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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