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서 정 윤 -
1
늘 푸른 네 가슴속 하늘에
머리를 묻는다.
잡초들과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따스한 오후
새로운 사랑으로
자신을 태울 수는 없는.
바람들이 더 강하게
꿈을 버리라고 한다.
2
이산 저산 눈녹은 물들이
계곡으로 모여
지나온 골골마다 담아온
사랑의 뒷모습들을 풀어놓으며
하이얀 거품 머리에 이고
오래전 떠나온 바위들의
이끼 낀 어디쯤에서 지껄인다.
이젠
꿈을 버릴 때가 되었다고.
3
숨막히게 노을이
삶을 태우는 자리에
나도 함께 서서
구름들 발밑에 깔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바람조차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들이
새삼 아프다.
4
고사목들이 서 있다.
얼마나 오랜 비바람을 맞고
그리고
의연히 서 있는 그들
죽어서 다시 사는 찬란한 삶
내 가진 꿈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걸
그냥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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