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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5. 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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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정 윤 -

 

1

늘 푸른 네 가슴속 하늘에

머리를 묻는다.

잡초들과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따스한 오후

새로운 사랑으로

자신을 태울 수는 없는.

바람들이 더 강하게

꿈을 버리라고 한다.


2

이산 저산 눈녹은 물들이

계곡으로 모여

지나온 골골마다 담아온

사랑의 뒷모습들을 풀어놓으며

하이얀 거품 머리에 이고

오래전 떠나온 바위들의

이끼 낀 어디쯤에서 지껄인다.

이젠

꿈을 버릴 때가 되었다고.


3

숨막히게 노을이

삶을 태우는 자리에

나도 함께 서서

구름들 발밑에 깔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바람조차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들이

새삼 아프다.


4

고사목들이 서 있다.

얼마나 오랜 비바람을 맞고

그리고

의연히 서 있는 그들

죽어서 다시 사는 찬란한 삶

내 가진 꿈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걸

그냥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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