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범과 四寅劍
'2010'이라는 디지털식 표현보다 '경인(庚寅)'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에는 훨씬 많은 그림이 숨어 있다. 여기에는 인(寅)이라고 하는 범이 있다.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산왕대신(山王大神)으로 숭배되어 왔다. 산을 통솔하는 산신으로 여겼던 것이다. 모든 동물을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의 70%는 1000m 내외의 높이를 지닌 산들이고, 이 산들마다 호랑이가 득실거렸다.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환경이 한반도였다고 본다. 사찰의 산신각(山神閣) 그림을 보면 수염이 흰 노인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반드시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호랑이를 인격화해서 표현하면 수염이 흰 산신령이다. 호랑이와 산신령은 동격인 셈이다.
산신령은 산의 주인이므로 대접하는 차원에서 불교가 이 땅에 들어와 건물을 지을 때도 대웅전보다 산신각을 먼저 짓는 관습이 있다. 산신각을 짓는 시점도 범의 해가 좋다. 인년·인월·인일·인시에 산신각 상량식을 하면 범의 기운이 충만하다고 여겼다. 이를 '시공일여(時空一如)'라고 한다. 시간과 공간의 일치이다. 범이 모셔져 있는 공간과 범의 기운이 강한 시간이 서로 만나는 시점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특별히 만들었던 사인검(四寅劍)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2월 21일과 3월 5일 인시(寅時:새벽 3~5시)는 12년 만에 돌아오는 사인(四寅)의 시점이다. 칼과 범은 기능이 비슷하다. 범은 귀신을 쫓는 벽사(�J邪)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재수 있으라고 대문 앞에다가 호랑이 뼈를 구해서 걸어놓기도 하였다. 과거에 구례 운조루(雲鳥樓) 대문 위에도 호랑이 뼈가 걸려 있었다.
범은 또한 권력의 상징이다. 그림으로 사주를 풀이하는 방식을 '당사주(唐四柱)'라고 한다. 당나라 때 사주를 보던 방식이다. 당사주에서는 범을 천권(天權)으로 풀이한다. 사주에 인(寅)이 많이 들어가면 타고난 권력 의지가 강하다고 본다. 조직을 장악하려고 하는 보스 기질이 강하다. 사자와 달리 호랑이는 단독 행동을 하는 습성이 있어서 범이 많은 사주는 굽히지 않는 독립적인 기질이 강하고, 혼자 사는 성직자가 많다. 연월일시가 모두 인에 해당하는 '사인검'에는 범이 지닌 이러한 상징들이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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