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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술 - 토속주 종류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0. 1. 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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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술 - 토속주 종류


어느 나라나 각 지방에는 그곳 특유의 토속주가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 산행을 위해 방문하는 지역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술이 있는 법이다. 과하면 독이 되겠지만 산 밑에서 혹은 정상에서 음미하는 지역의 술맛은 산행의 묘미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산 주변에서 즐기기 좋은 토속주는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와 약주 등 대중적인 술이 주류라 할 수 있다. 제조비법이나 기술 전수자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방의 증류주들은 도수가 높은 데다 고가(高價)라 마음 편하게 즐기는 데는 무리가 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지역의 토속주를 알아본다.





▲ 각 지역의 막걸리는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 산행과 함께 즐기기 좋다.



>> 막걸리
쉽게 구할 수 있고 건강에도 좋아 인기 최고


한국의 대표적 전통 술로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는 농주, 탁주, 재주, 희주라고도 불리는데 대체로 쌀뜨물 같은 흰빛을 띠고 있다.

주 원료는 찹쌀, 맵쌀, 보리, 밀가루, 감자 등이며, 이를 찐 다음에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만든다. 거르지 않아 밥풀이 그대로 떠 있는 상태의 술을 동동주라고 한다. 좋은 막걸리는 적당한 감칠맛과 청량감을 느낄 수 있고 알코올 성분은 6~7% 정도다.



서울 지역에서는 ‘생막걸리’로 알려진 장수막걸리가 인기다. 서울탁주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로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현대화된 양조 시설에서 생산하는 일정한 품질을 자랑한다. 북한산과 도봉산 밑에서 즐기는 막걸리의 대부분이 이 제품이다.

국망봉과 강씨봉 등이 있는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는 포천막걸리일동·이동막걸리가 유명하다. 경기도 고양의 배다리 쌀막걸리는 100년 역사의 술도가에서 만든다.

경기도 화성의 부자 생술막걸리는 전통업체인 배혜정누록도가에서 만들었다. 이 술은 단맛이 나는 한약재를 넣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태기산과 어답산, 문무산 등이 있는 횡성에는 이화주라는 탁주가 있다. 고려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데 국순당에서 복원해 출시했다. 걸쭉한 느낌이 나는데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다.

내장산으로 가는 길목인 전북 정읍에는 태인주조장에서 만든 송명섭막걸리가 있다. 직접 농사 지은 쌀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국적인 막걸리 맛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술이다.

소백산자락 충북 단양의 대강면에는 대강막걸리가 대표선수다. 청와대 만찬용으로 쓰이기도 했던 술이다. 전통 옹기에서 발효시키는 막걸리로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부산 금정산의 산성막걸리도 빠질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민속주 1호로 지정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윽한 누룩 향과 특유의 쌉싸래한 뒷맛이 산성막걸리의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가 8도로 제법 높아 앉은 자리에서 너무 많이 마시면 못 일어난다는 말도 있을 정도.

부산에 산성막걸리가 있다면 대구에는 팔공산 동동주가 있다. 대구 최대의 탁주 제조업체인 대구탁주에서 팔공산자락 물로 담근 술이다.

그 밖에도 충남 천안의 현미 막걸리 월향, 경기도 이천의 낙낙 생막걸리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막걸리가 시판 중이다. 최근에는 막걸리도 상당히 고가의 제품으로 많이 출시됐다.


>> 전통 증류주
도수 높고 구하기 어려운 귀하신 몸




알코올 도수가 높은 우리의 전통 증류주는 대부분 고가로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이다. 이 역시 지역별로 특유의 비법과 재료를 이용해 만들며 종류가 다양하다. 이런 고급 술은 그 지역을 찾아가더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통식으로 제조하는 술은 워낙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특별한 맛을 원하는 이들은 구입을 고려해도 좋을 듯.

서울 문배주는 밀·좁쌀·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증류주로 문배나무 과실의 향기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부터 제조되어 내려온 함경도 지방의 민속토속주다. 문배주는 엷은 황갈색을 띠며 알코올 도수는 40도 정도로 독한 편.

전북 전주의 이강주는 조선조 중엽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되던 색다른 술이다. 주로 상류층이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다. 이 술은 소주에 배와 생강을 가미해 만들었다. 양조주를 증류해서 만든 알코올 도수 30도의 소주에 배즙, 생강, 계피, 울금 등의 추출액을 섞고 다시 꿀로 맛을 낸다. 원료 혼합 후 여과해 1개월 이상 저장해야 완제품이 된다.

전남 진도에는 홍주가 유명하다. 지초를 이용해 만드는 홍주는 조선시대 술 가운데 최고의 진상품으로 꼽혔던 귀한 술이다. 보리쌀로 복잡한 단계를 거쳐 만든 술을 숙성시킨 뒤 증류해 소주를 내리는데, 술 이슬이 떨어지는 입에 지초를 놓아 내리기 때문에 붉은빛이 난다. 신경통, 위장병, 설사, 복통, 해독, 급체,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경북 경주의 교동 법주 역시 귀하신 몸이다. 조선시대 문무백관이나 사신을 대접할 때 쓰던 술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6-다호로 지정되어 있다. 1개월간 정성을 들여 만드는 술로 숙성 과정이 길고 과정도 복잡해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경북 안동의 안동소주는 현대적인 기술을 도입해 제조되고 있는 전통주다. 안동의 양반가마다 전해오는 특유의 청주를 불에 고아 만든 것이 바로 안동소주다. 도수가 45도나 되는 독주다. 그 밖에도 이북 관서지방의 감홍로, 호남지방에서 빚던 죽력고 등 여러 지방의 증류식 소주와 혼합주가 있다.


[월간 산 482호 / 2009.12]
글 : 김기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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