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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考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09. 11. 2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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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살롱] Red 考

 

 

 

한자문화권에서 붉은색은 주술적(呪術的)이면서, 상서(祥瑞)로운 색으로 여겨져 왔다. 귀신(鬼神)을 쫓아내는 색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붉은색은 양기(陽氣)를 상징하고, 불을 상징하는 색이다. 귀신은 음기(陰氣)이고 어둠이다.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듯이, 귀신을 쫓는 것은 양기이고 불이다. 그래서 붉은색에는 귀신이 붙지 못한다고 여겼다.

 

중국 음식점에 가보면 사방 벽에 붉은색 벽지로 도배를 해 놓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귀신만 쫓아내면 복이 오는 것이고, 복이 오면 부자가 된다. 붉은색은 벽사색(?邪色)인 것이다. 한번 불이 난 가게가 나중에 잘 된다고 하는 민간의 속설은 불이 그 터에 붙어 있던 귀신을 태워 버렸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속리산파(俗離山派)의 멤버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산속의 동굴에 사는 도사(道士)들도 1년에 한 번씩은 동굴에 불을 지르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천연 바위동굴은 습기가 많은 데다가 컴컴하기 때문이다. 동굴 속에 솔가지를 잔뜩 쌓아두고 불을 지르면 습기도 없어지고, 빨간 불로 인해서 음기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부적(符籍)을 쓸 때 사용하는 재료가 붉은색의 경면주사(鏡面朱砂)이다. 거울 표면처럼 매끌매끌한 촉감을 가진 붉은 돌이 경면주사인데, 이것을 갈면 빨간색의 천연물감이 나온다. 부적은 이 경면주사로 써야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다. 유달리 귀신을 의식하면서 사는 일본 사람들은 주목(朱木)을 좋아한다. 주목은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는 말을 듣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태백산 일대에도 많이 서식하고 있는 이 나무는 속이 붉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주목을 가지고 문패를 만들어서 대문에 달아 놓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 속설을 믿고 있다. 염라대왕이 잡으러 왔을 때, 붉은색의 문패를 보면 껄끄러워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주목나무 문패를 아주 선호한다.


그런가 하면 빨간색 차는 귀신을 쫓는 차이기도 하다. 빨간색 자동차가 다른 색깔의 차에 비해서 교통사고율이 낮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의 월드컵은 붉은색에다가 악마까지 추가되었으니 벽사의 기능은 말할 나위 없다. 토고 팀의 부두교 주술사들이 우리 ‘붉은 악마’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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