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으로 서서’ 중
-전원범(1944~ )-
우리가 어찌 한두 번쯤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사는 일의 서러움으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이 스쳐가는 자리마다
발자욱처럼 피어서
너를 불러보는 저녁 나절
삼계(三界)의 길목을 다 돌아와서도
흔들리는 하늘을 견디며
지금 내 속살까지 물들고 있구나
망할 놈의 풀이라 욕먹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개-’자까지 덧붙인 개망초. 버려진 땅 아무데서나 꽃피워 한여름 가득 눈 시리게 나고 있는데. 가만히 눈길 주자니 나도 말간 하늘 닮은 들국화 족속이라며 가는 허리 바람에 살랑거리는데. 가을 오면 들국화 쑥부쟁이에 밀려나 하얗게 선 채로 말라가야 할 개망초 그리운 속내. 견뎌내야 할, 예비된 한 그 누가 알아주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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