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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비명

글모음(writings)/꽃과 나무

by 굴재사람 2009. 6. 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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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1914∼1946) -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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