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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등산 방법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09. 6. 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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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등산 방법
힘 나누면 즐거운 산…올라갈 때 40%, 내려갈 때 30%, 비상 대비 30%



늦었습니다. 벚꽃이 팝콘처럼 펑펑 터지기 전에 뵈어야 했습니다. 들과 산에 아지랑이가 꿈틀댈 때 드려야 했습니다. 등산인구 1500만 명 시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된다는 소리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 산은 지금 북새통입니다. 사람이 복작거리면 일이 많아집니다. 선택이 필요합니다. 어떤 장비가 필요할까요. 그 장비는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까요. 올바른 등산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중앙일보 김홍준 기자





산행 준비

나(K)는 당황했다. 회사 부장이 주말 산행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맨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진 돈은 빤한데 살 것은 많다. 이력서 ‘최종학력’란에 등산학교라고 적을 정도로 등산에 빠져 사는 O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2시간여 통화 끝에 얻은 소중한 정보들을 메모했다.

등산화
등산화는 타이어다. 차종(몸)에 맞는 타이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가장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편한 것을 골라라. 동일한 업체에서 만들어도 디자인별로 족형이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발이 부은 저녁 때 등산 양말을 신고 직접 신어본 뒤 구입하자. 딱 맞는 게 좋다. 커도, 작아도 발꿈치가 까진다. 등산화 앞뒤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폭은 조금 늘어난다. 그래도 큰 것과 작은 것 사이에 갈등이 솟아난다면 큰 것을 골라라. 양말과 밑창이 그 공간을 채워줄 것이다.

배낭
일단 등판이 자신에게 맞아야 한다. 등판 맨 상단이 경추 5번을 지나면 안 된다. 등판 맨 끝단이 골반 밑으로 가도 안 된다. 허리벨트는 웨빙 처리(박음질한 것)된 것보다 패딩 처리(덧댄 것)된 것이 편하다. 허리벨트에 포켓이 있어야 행동식(산행 중에 간단히 먹는 간식)을 넣고 다니면서 먹기에 좋다. 수입 배낭은 등판 길이가 길다. 어깨 끈 조절장치가 있는 것은 용량이 25L 이상이다. 4시간 이상 산행을 하려면 25L 이상 짜리를 구입하자.

의류
모든 기상 상황을 소화할 수 있는 의류 소재는 세상에 없다. 바람에 강하면 보온성이 떨어지고 보온성이 뛰어나면 비·바람에 약하다. 땀을 잘 흡수하면서 금세 건조되는 소재로 골라라. 계절별로 재킷을 하나씩 구입하자. 자신의 몸에 꼭 맞는 것을 고르자. 자신의 몸에 비해 너무 크면 펄럭이는 공간이 많아져 불편하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휘황찬란한 등산복에 현혹되지 말자.

물통
겨울 산행 중 얼어버린 물에 당황하는 사람이 많다. 물통에도 ‘기능성’이 강조된 것이 있다. 따뜻한 물을 담으면 일반 물통보다 따뜻함이 오래간다. 차가운 물을 담아도 차가움이 오래간다. 겨울에는 보온병을 챙기자.

헤드랜턴
쓸 일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만한 장비다. 하지만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계획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누적돼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에 유용하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간과하기 쉽다. 헤드랜턴은 안전한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손전등은 손쓰기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등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선글라스 멋내기용이 아니다. 강력한 태양광선은 눈에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거울을 보자. 거울에 자신의 눈동자가 보이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약한 것이다. 흐린 날씨에는 황색 렌즈가 적합하다.

선 크림
SPF(Sun Protection Factor·태양차단지수)15 이상은 돼야 한다. SPF 35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이면 크림에 화학 성분이 많이 들어가므로 피부에 자극을 준다. 산행 중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자주 발라주자. 한번에 두껍게 바른 것과 얇게 바른 것은 차이가 없다. 산행 30분 전에 발라주자. SPF 15면 피부가 햇빛에 의해 빨개지는 시간을 15배 늦춰준다.

스틱
산행 중 다리에 가해지는 힘의 30%를 상체로 옮길 수 있다. 에너지의 15%를 아끼고 보행 속도는 높인다. 하산 중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몸무게 일부를 팔에 실어야 하는 만큼 상체 힘이 있어야 한다. 한쪽만 쓰면 좌우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2개를 구입해 쓰자.


산으로

회사 산행을 마치고 몸살을 앓았다. O가 말해준 장비를 착실히 마련하고 산에 갔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O에게 전화를 걸어 산행을 제의했다.

산행의 육하원칙을 세워라

구파발역에서 O를 만났다. 그의 수첩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O, K와 함께 2009년 5월 16일 북한산 산성분소갈림길-1.2km 50분-의상봉-0.4km 20분-가사당암문-1.1km 50분-부왕동암문…. 총소요시간 3시간20분 총소요거리 5.4km, 물 1L, 행동식, 중식, 의상봉 능선 우측은 암릉 구간, 가파른 암벽 구간엔 쇠줄 달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이렇게 적어 계획을 세우는 것을 ‘인도어 클라이밍’이라고 한다.

“날씨를 고려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한 장비와 소요시간을 계산해야지. 하산 뒤엔 꼭 기록을 남겨. 그래야 다음 산행이 편해져.”

너무 자주 쉬면 되레 피곤해진다

“좌우로 몸 중심을 옮기며 이동하는데 보폭을 짧게 하면서 움직임을 작게 해야 에너지 소모가 적다. 춤추듯 리듬을 타며 걷자. 오를 때는 앞발 끝-무릎-명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만들면서 뒷발은 살짝 밀어봐. 편하지?”

자신의 운동 능력에 비해 산소 섭취가 부족할 때 사점(死點)에 이른다. 경험이 많든 적든, 체력이 좋건 나쁘건 누구나 겪는다. 대략 산행 시작 30분~1시간 후에 온다. 사점에 이르기 전 힘들다고 쉬게 되면 산행 중 사점을 수십 번 겪게 된다. 이때 숨을 깊이 쉬고 속도를 80%로 줄여서 걸으면 뇌에 몰린 혈액이 온몸으로 퍼진다. 30초~3분 뒤 몸은 편해지면서 제2의 순환기, 즉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 다다르게 된다. 몸이 풀린다는 뜻이다.

산행 중엔 무게가 실린 앞다리는 뼈로 버티고 뒷발은 쭉 펴자(레스트 스텝·Rest Step).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계단길을 만나게 되면 옆으로 걸어보자. 피로가 덜하다. 너무 자주 쉬거나 오래 쉬면 근육이 굳어져 더 안 좋다. 배낭을 맨 채로 바위나 나무에 살짝 기대서 쉬자.

배낭 속 무거운 짐은 안쪽·위쪽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을 들추자 O는 혀를 끌끌 찼다.

“봐, 무거운 짐은 안쪽과 위쪽으로, 가벼운 짐은 바깥쪽과 아래쪽으로 넣어야지. 하중이 등과 허리에 집중돼 균형 잡기가 쉬워. 배낭 틀을 잡는다고 맨 밑에 무거운 물건을 넣으면 더 무겁게 느껴져.”

배낭 (밖) 보조주머니에 들어 있던 물통과 개인용 방석, 멜빵에 달린 다용도 칼과 컵은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쓰기엔 편할 것 같아 배낭 밖에 매달아 놓지만 되레 좌우 균형을 방해한다. 균형이 안 맞으면 체력 소모가 심해진다. 어떤 산행이든 배낭을 꾸릴 때 3분의 1은 비어 있어야 한다. 재킷을 벗어 넣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옷, 움직이면 벗고 쉴 땐 입어라

“등산복을 입을 땐 맨 안에 땀 흡수. 건조가 잘 되는 피부에 직접 닿는 옷(내의성)을, 그 위에 보온이 될 만한 걸, 그 위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걸 입어야 해. 이를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 즉 겹쳐입기라고 해. 날씨에 따라 입고 벗기 편하고 몸을 쾌적하게 해주지.”

땀은 급격히 식으면서 체온을 빼앗아간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흐른다. 출발 전 O가 약간 쌀쌀함에도 옷을 벗은 건 이유가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앉자마자 옷을 걸친 건 이유가 있었다. 움직일 땐 벗고 쉴 땐 입는다. 공식이다. 체온 36.5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은 조금씩 입안에 머금고 마셔라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심하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는데, O가 나를 제지했다.

“40:30:30이야. 산행 중 체력 분배는 올라갈 땐 40%, 내려갈 땐 30%, 비상시 대비 30%로 하라는 거야. 물 마시는 것도 그렇게 나눠 마셔야 해.”

물을 한번에 들이켜면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그때뿐이다. 뇌에서 인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입안에 머금고 마시자. 근육 경련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이온음료가 좋다.




스틱 잡을 땐 팔꿈치 관절이 90도가 되게

“손을 스틱 손잡이 고리 밑에서 위로 넣으면서 손잡이와 고리를 함께 잡아야 편해. 스틱을 놓쳐도 손목에 걸리고 부상 위험이 적거든. 스노 바스켓은 꼭 달고 다녀. 스틱이 바위 틈새에 끼여 부러지는 걸 막아줘.”

O는 스틱을 잡고 팔꿈치 관절이 90도가 되도록 길이를 조절했다.

O는 “추워도 더워도, 험하나 평탄하나 모든 형태의 등산에서 챙길 것이 재킷·헤드랜턴·비상식량”이라며 “급변하는 상황에서 너를 지켜줄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O가 물어본다.
“다음엔 스포츠 클라이밍, 암벽등반 어때?”


도움말 : 김성기 코오롱등산학교 강사
             이명규 타이탄산악회 등반대장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2009.05.27 00:09 입력



Woodland Echoes(숲의 메아리) - W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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