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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레킹 코스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09. 6. 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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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서울 트레킹 코스

 

제주 올레(골목길)는 직선이 아니다. 늘 에둘러 돌아간다. 배낭 하나 메고 살랑거리는 유채꽃을 벗 삼아 밭과 밭 사이 현무암 밭담(돌담)에서 쉬어가고 허기가 지면 바닷가에서 갯것을 잡는다. 섬 동쪽 성산포에서 서쪽 한경면 용수까지 200여㎞를 잇는 12개 코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면서) 사람들은 '간세다리'(게으른 사람)가 되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올레는 명상 길이다.

▶지리산 자락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30㎞ 트레킹 코스가 작년에 열렸다. 등산로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 오롯이 배어 있는 생활 길이다. 남원의 인월장 장꾼들이 봇짐을 짊어지고 넘나들던 고갯길 등구재, 6·25 때 빨치산 루트였던 '산사람 길', 고즈넉한 백련사 오르는 길…. 지리산길은 2011년까지 산자락 100여 마을을 300㎞에 걸쳐 실핏줄처럼 잇게 된다. 하루 20㎞씩 걸어도 보름이 걸린다.

▶트레킹(trekking)은 5000m 이하 산, 하루 15~20㎞씩 트레일(trail·생태탐방로·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정상을 향해 숨 가쁘게 오르는 게 아니라 산허리에서 느긋하게 풍광을 즐기고 가볍게 걷는 등산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렉이 유명하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15개, 4000여㎞ 트레일이 있다. 40년 넘게 흩어진 길을 서로 잇고 끊긴 길을 새로 뚫어 한 해 1200만명이 걷는다.

▶우리도 트레킹의 참맛을 아는 이들이 늘면서 제주 올레와 지리산길이 이미 명소가 됐다. 전국의 소롯길은 물론 서울 도심도 코스를 개발해 걷는 동호회들이 붐비고 책도 여러 권 나왔다. 지자체들은 물론 문화관광부도 옛길 복원에 나서 인천 강화해협을 따라가는 '강화둘레길', 전남 강진·영암의 '정약용 남도 유배길' 등 7곳을 문화생태 탐방로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서울을 둘러싼 8개 산을 이어 137㎞에 이르는 2개 트레킹 코스를 2011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도심의 남산~인왕산~북악산~낙산을 잇는 20㎞짜리 문화·역사 탐방로와 용마산~관악산~덕양산~북한산을 잇는 117㎞ 자연생태 탐방로다. 길은 인생을 닮았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그 길섶마다 진한 사람 냄새가 배어 있고 우리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 속도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소롯길을 되찾을 때다. 서울도 충분히 '걷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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