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
- 곽효환(1967∼ ) -
담장 너머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산 너머 봄이 머물다 가면
손톱 끝에 봉선화 꽃물
대롱대롱 매달려
아스라이 져 가는데
노을빛 고운 저녁 무렵
바람을 타고
작은 그리움이 큰 그리움을 부른다
작은 슬픔이 깊은 슬픔을 부른다
그리고 혹은 그렇게
여름이 왔다
땅거미 내리면 포르스름 저녁밥 짓는 연기 오른다. 집집마다 애들 불러들이는 소리, 골목마다 컹컹 개짖는 소리. 기차 타고 저물녘 농촌 산촌마을 지나다 보면 오늘도 그 소리 들리는 듯 마음 그늘져 오고. 봉선화 꽃물 들인 누님 돌담에 기대 부르는 듯. 어린 봄날 그렇게 저물고 무성한 여름 오는 건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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