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갑자는 사실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수학과 깊게 연관지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육십 갑자는 10간과 12지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60개의 경우의 수로서 간단히 말하면 10진법과 12진법의 조합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10진법은 아마도 사람의 손가락이 열 개라는 데, 그리고 12진법은 한 해가 열 두달의 순환이라는 데에 그 연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C. 30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메르 문명은 60진법에 토대를 둔 천문학을 발전시켰다. 한 해는 약 365일인데 이는 60이라는 숫자가 여섯 번 반복되고 남는 우수리 날들로 이루어진다. 이 일부 우수리 날들 때문에 고대 천문학자들은 골머리를 싸매야 했고 역법(曆法)은 그야말로 비밀의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문명이란 농경에서 나오는 잉여 산출물에 기반하는 것이어서 고대 문명에서 천문학과 수학, 기상학은 신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던 통치자에게는 권력의 원천이요 비밀의 하이테크였다.
원의 내각은 360도이고 한 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이다. 하루는 24시간(중국에서는 12시진)으로 12 진법이다. 근대 물리학의 태두인 뉴톤을 배출한 영국도 불과 몇 년전까지 1파운드가 12실링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12연기설도 실은 인도의 힌두 철학에 원래 있던 것으로서, 사주 명리 이론의 근저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60진법은 주로 시간과 공간을 재는 단위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음양 오행의 원리에 바탕한 사주 명리학은 결국 60진법에 기초해서 한 인간이 살다 가게 될 시공간을 예측해내는 학문인 바 이는 천문학자들이 어느 해 어느 행성이 어느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해내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서양에도 사주 명리학과 그 원리가 사실은 동일한 점성술이란 것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 및 재계의 지도자들이나 그 부인들 역시 유명한 점성술사와 인연을 맺고 수시로 운세를 자문받는데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은 우리와 거의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