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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호걸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09. 3. 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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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영남 호걸

 

경상도를 돌아다니다가 '영남호걸(嶺南豪傑)'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영남호걸'이란 말인가?

1년 두 차례의 명절 때에만 집에 있고,

나머지 기간에는 객지를 돌아다니며 한 세상을 보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정월 초하루 설을 쇠고 초사흘쯤에 집을 나간다.

그리하여 세상을 떠돌다가 팔월 추석 전날쯤에 다시 집에 돌아와서 추석을 쇤다.

추석 쇠고 한 사흘쯤 후에는 다시 집을 뛰쳐나온다.

추석이 지난 오늘쯤에는 영남호걸이 집을 나올 타이밍이다.

다시 집을 나와 천하를 유람하다 섣달그믐 무렵에 집에 돌아가는 인생이 영남호걸이다.

나도 좀 돌아다녀 보았지만,

충청이나 호남 지역에서는 '충청호걸', 또는 '호남호걸'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영남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영남호걸'이란 단어가 발견된다.

호걸이 되려면 당연히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세상유람과 산천유람을 인생의 가치(價値)로 여겨야 한다.

다른 사람은 벼슬도 하고 돈도 잘 벌고 있는데,

나만 돈도 없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 비관을 하는 인생은 호걸이 되지 못한다.

호걸이 아닌 범부가 떠돌면 병에 걸려 금방 죽는다.

호걸이 되려면 주유천하(周遊天下)를 즐기는 가치관과 정신무장이 필요한 것이다.

호걸은 '지꺼(자기 것) 없이도 잘 먹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 돈이 없이도 객지에 나가 밥을 굶지 않고 잘 얻어먹고 다닐 수 있으려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

내공도 없는 낭인(浪人)에게 누가 밥을 먹여주겠는가!

호걸이 지녀야 할 실무적인 내공은 첫째 침술(鍼術)이다.

침(鍼)은 바늘 몇 개만 가지고 다니면 되니까 휴대하기에도 편하다.

그리고 이 세상에 안 아픈 사람 없다.

둘째는 지술(地術)이었다.

땅을 봐주는 능력을 말한다.

묏자리와 집터를 보아주는 풍수실력이 있으면,

부잣집 사랑채에 몇 달이고 간에 공짜로 장기 숙식이 가능했다.

셋째는 팔자술(八字術)이다.

자기 팔자를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영남호걸이 탄생한 사회적 배경에는 조선 후기 200년간의 남인(南人) 차별이 작용한 탓이라고 여겨진다.

노론(老論) 정권에 의해 벼슬길이 봉쇄된 영남의 뜻 있는 선비들이 울분을 달래기 위해서는

집을 나와 세상을 떠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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