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바위 봉우리의 구멍
영암에 가면 월출산(月出山)이 있다.
나무나 흙이 별로 없고, 산 전체가 전부 바위로만 형성되어 있는 산이다.
더군다나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평지에 홀로 돌출되어 있는 산이라서 그 위세가 대단한 산이다.
일본의 수석(壽石) 애호가들은 이 산 전체를 거대한 수석으로 본다.
어떻게 보면 산 전체가 불꽃처럼 화염이 이글거리는 산이기도 하다.
월출산은 고려시대에도 임금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성소였다.
산 정상에는 고려시대에 천제(天祭)를 올리던 유적지가 몇년 전에 발견되기도 하였다.
월출산에서 유명한 봉우리는 구정봉(九井峰)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옛날부터 수많은 기도객들이 이 구정봉에서 기도를 올리면
영험(靈驗)을 본다고 생각하였다.
왜 이름이 우물 정(井)자가 들어간 구정봉인가?
이 봉우리 정상의 바위에는 마당 바위처럼 사람 수십명이 앉아 있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이곳 저곳에 구멍을 파 놓았다.
이 구멍들은 지름이 대략 30~50㎝ 정도 되는 크기이다.
큰 구멍은 세숫대야 크기만 하다.
자세히 보면 자연적인 구멍이 아니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파 놓은 구멍들이다.
이 구멍이 9개이다.
구정봉이란 이 9개의 구멍을 우물로 간주하고 지은 명칭이다.
그러므로 이 9개의 구멍에는 평상시에도 물이 차 있다.
비가 오고 나면 빗물이 고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고대인들은 험준하고 높은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이러한 구멍들을 파 놓은 것인가?
'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바위가 불이라면 여기에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화기(火氣)를 저장할 수 있다.
물은 불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기도발이란 물이 불을 저장할 때 나오는 영험이다.
우리 할머니들이 새벽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를 올린 이치도 이와 같다.
따라서 산꼭대기에서 기도를 하려면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꼭대기 또는 바위 봉우리 정상에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있기는 어렵다 보니
인위적으로 구멍을 파 놓은 것이다.
월출산만이 아니라 북한산 인수봉, 속리산 문장대를 비롯하여 전국 곳곳의 암봉에 이러한 구멍들이 있다.
이러한 지점들은 고대인들의 성소(聖所)이자 기도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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