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서울과 八卦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은 짝수 강박증이 있다고 한다.
음료수, 옷, 잡지 등 모든 물건이 짝수로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참을 수 없는 증상이다.
그렇다면 베컴은 주역(周易)을 한번 공부해 보면 입맛에 맞을 성싶다.
왜냐하면 주역은 모두 짝수로 되어 있는 설명방식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출발인 ‘음양(陰陽)’부터가 그렇다.
음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는 반드시 양이 있어서 받쳐준다.
받쳐주므로 안정감이 있다.
음양 다음의 ‘사상’(四象)도 짝수이고, ‘팔괘’(八卦)도 또한 마찬가지다.
주역의 팔괘를 보면 짝수의 미학, 즉 기하학적 대칭미가 그대로 드러난다.
팔괘가 지니고 있는 짝수의 대칭적 구조는 서울의 팔대문(八大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조선왕조가 개국한 직후인 태조 5년(1396)에 서울에 4개의 대문(大門)과 4개의 소문(小門)을 설치하였는데,
이 8개의 대소문(大小門) 배치 형태가 팔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동쪽의 흥인지문(興仁之門)은 팔괘 중에서 ‘진(震)’ 괘에 해당한다.
팔괘에서 진(震)은 정동 쪽을 상징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인 서쪽의 돈의문(敦義門)은 ‘태(兌)’ 괘에 해당한다.
태(兌)는 정서 쪽을 상징하는 방향이다.
남쪽의 숭례문(崇禮門)은 ‘리(離)’ 괘에 해당한다.
리(離)는 불이므로 정남 쪽을 상징하는 방향이다.
북쪽의 숙정문(肅靖門)은 ‘감(坎)’괘에 해당한다.
감(坎)은 물이므로 정북 쪽을 상징한다.
4대문의 중간 중간에는 4소문이 있다.
동북쪽에는 혜화문(惠化門·東小門)이 있는데, 이는 ‘간(艮)’ 괘에 해당한다.
이와 대칭되는 서남쪽에는 소덕문(昭德門·西小門)이 있고, 이는 ‘곤(坤)’괘에 해당한다.
동남쪽에는 광희문(光熙門·水口門)이 있었고, 이는 ‘손(巽)’ 괘에 해당한다.
그 반대쪽인 서북쪽에는 창의문(彰義門·紫霞門)이 있고, 이는 ‘건(乾)’ 괘에 해당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에는 주역 팔괘인 ‘건곤간손(乾坤艮巽) 감리진태(坎離震兌)’가
마치 숨은 그림처럼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 팔괘의 중심점에는 보신각(普信閣)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은 토(土)이고, 토는 신(信)을 상징하므로 팔괘 한복판에 보신각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은 주역의 도시이고, 팔괘의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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