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음의 공덕
동양사상에서 음양(陰陽)을 이야기 할 때 ‘양음’이라고 하지 않고,
꼭 ‘음양’이라고 한다.
음을 양보다 앞세운다.
왜 음을 앞세우는 것인가.
모든 묘용(妙用)은 음에서 나온다.
태양은 그 모습이 변하지 않고 일정하지만,
달은 초승달에서 반달, 그리고 보름달로 변화해 간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달이다.
그래서 달은 재생(rebirth)을 상징한다.
고대인들은 달을 보면서 죽음과 재탄생, 그리고 생명을 사색하였다.
육십갑자(六十甲子)의 12개 지지(地支)에서도 음을 중시하는 사상이 드러난다.
지지 속에는 천간(天干)이 내장되어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지장간(支藏干)’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술(戌) 속에는 천간인 신(辛) 정(丁) 무(戊)가 숨어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음 속에 양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화하면 주역(周易) 감괘(坎卦)의 ‘음중양(陰中陽)’을 들 수 있다.
감괘는 여성을 상징한다.
감괘를 보면 껍데기는 음이지만, 그 내부에는 양이 들어 있다.
감괘의 ‘음중양’을 보고 우리 선조들은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다”는 이치를 추론하였다.
아들에게는 어머니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딸은 아버지를 닮는 수가 많고,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 수가 많다.
물론 100%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경향성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며느리 잘못 들이면 아들 농사 망친다”는 말도 나왔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고사를 보아도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명필 한석봉이 붓글씨로 대성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우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 시장이 야간고등학교 다닐 때 학비를 벌려고 여자 고교 앞에서 뻥튀기를 팔았다.
여고 앞이니까 창피해서 얼굴을 가리려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팔았는데,
이를 목격한 어머니가 “장사를 하면서 손님 얼굴을 똑바로 봐야지 모자를 눌러쓰면 어떻게 하느냐.
남자가 되어 가지고 뭐가 그리 창피하단 말이냐?”라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번에 미국 프로풋볼리그 수퍼볼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한국계 하인스 워드의 뒤에서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한 어머니 김영희씨의 이야기는 한국인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