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월화수목금토일 이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월화수목금토가 정확한 순서다.
일월, 즉 해와 달은 음양의 상징이다. 해는 양기(陽氣)이고 달은 음정(陰精)인 것이다. 다음으로 화수목금토 순인데, 이는 오행(五行)이다. 이처럼 음양 오행은 우리 생활과 대단히 가까운 것이다.
다음은 요일이란 어휘다. 요일(曜日)이란 말에서 요(曜)의 원 뜻은 태양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달까지 포함하여 양요(兩曜)가 되었고, 또 나중에는 화수목금토의 5 행성을 포함하면서 칠요(七曜)가 되었다. 따라서 요일이란 말은 일월과 오행성의 날이란 말이 된다.
요란 글자는 태양을 뜻하는 일(日)과 날개 우(羽), 새 추(隹)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요는 날개를 활짝 펴고 천공을 가로지르는 태양새-사실 태양 그 자체-를 뜻한다. 이집트 신화에서 매일 동쪽에서 날아올라 서쪽 바다로 떨어져 죽으면, 다음 날 다시 살아나 하늘을 가르는 불사조, 즉 피닉스(phoenix)가 바로 태양이고 동아시아의 봉황, 그리고 남방신인 붉은 새, 주작(朱雀), 이 모두 태양의 상징이고, 그것이 바로 요(曜)란 글자 속에 표현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고, 그 여동생인 아르테미스는 달의 신이 되었는데, 이 또한 일월을 상징한다. 아폴론은 태양신이 되면서,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내리는 신이 되었다. 재미난 점은 델포이 신전이 있는 산의 이름이 파르나소스 산인데, 이 산은 훗날 프랑스 파리를 지켜주는 진산(鎭山)이 되었다.
아마도 몽파르나스란 지명을 들어본 분들이 꽤나 많으실 것이다. 몽은 산이란 뜻이고 파르나스란 그리스 델포이의 파르나소스 산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파리 남쪽의 매우 낮은 언덕을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베를렌이나 말라르메 등의 시인들이 바로 몽빠르나스 파(우리말로는 고답파라 한다)에 속하고, 에콜드 파리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이다. 가냘픈 얼굴의 여인상을 잘 그린 모딜리아니와 러시아의 전원을 환상적으로 그린 샤갈 등이 바로 몽파르나스에서 활동했었다.
야트막한 언덕 같지만, 이는 중국에서 태양신-나중에는 그냥 하늘-을 모시는 태산과 종교 신화적으로 동일한 구실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남산이 태양신을 모시는 곳으로서 남산에 봉화대가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는 달라도 심층 결구에서 인간은 결국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일월목화토금수의 7 일을 묶어 한 주로 정하게 된 것은 사실 달의 지구 공전과 관련이 있다. 즉, 음력 한 달을 4 등분한 것이다. 7 이란 숫자에 대한 선호는 고대 바빌론 문명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기원전 7세기 무렵에는 앗시리아 제국에서 7일 간격으로 매월 7, 14, 21, 28일에 휴식을 취하였다고 한다. 별자리가 28 수(宿)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유대인들도 일곱 번째 날을 안식일로 하였다. 그래서 하느님도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일곱째 날에 자신이 만든 세상을 관상하면서 쉬셨다.
서양 문명과 관련이 많은 인디아 역시 7을 성스러운 수로 인식했으며, 이에 따라 불교 역시 7을 성수로 여긴다. 사십구재가 바로 그것인데, 49 란 7의 7로서 사람의 사후 49 일간 이승도 저승도 아닌 세상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서양에서 7요가 정식으로 채택된 것은 로마제국이 전 유럽을 통치하던 서기 325년의 일이다. 기독교가 정식 국교화된 후, 교리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7요가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다.
인디아에서는 5 세기경에 서방으로부터 들어왔지만, 종교적인 의미는 없었고 역학(曆學)자 사이에서만 통용되었으며, 이를 중국이 불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디아의 천문학을 통하여 들어왔다. 즉, 718년 당(唐)나라에서 번역된 구집력(九執曆)에는 매일 7요가 배당되어 있다.
참고삼아 얘기하면, 9집력이란 《대당개원점경(大唐開元占經)》이라는 천문점을 치는 책의 일부로 전해졌다. 여기서 9집이란 나바그라하(navagraha)를 의역한 것이다. 나바(nava)는 nine 이니 9라는 뜻이고, 그라하(graha)는 grasp 이니 ‘잡는다’ 해서 집(執)이 되며, 동시에 요(曜) 또는 행성이라는 뜻을 지닌다.
인도에서는 일월오성(日月五星)의 일곱 천체 외에 황도․백도의 승교점과 강교점에 보이지 않는 두 천체를 가상하여, 구요(九曜)라고 했던 것이다.
이런 7요가 한국에 도입된 계기는 17세기경에 전래된 가톨릭교의 영향인 것으로 생각되며, 공식적으로 요일이 쓰인 것은 서구 개화의 영향에 따라 갑오경장 이후인 1895년부터였다.
일월화수목금토, 이런 식으로 요일을 쓰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일요일을 태양의 날로 부르는 계열과 주님의 날로 부르는 두 계열이 있을 뿐인데, 주님의 날이나 태양의 날이나 종교의 깊은 경지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영어의 일요일은 Sunday 이니 태양 계열이고 카톨릭 계열의 나라들은 dimanche, domenica, domingo 등으로 주님의 날로 쓰고 있다.
또 하나의 변형은 북구계의 나라들은 고대 바이킹의 신화를 받아들여, 요일 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요일은 Monday 이니 달이지만, 화요일부터는 고대 바이킹의 신들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요일인 Wednesday 는 바이킹의 최고신인 오딘(Odin, Woden, Weden) 의 이름을 붙인 날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어원이나 뜻으로 보면 다른 나라들과 동일하다.
하지만 가톨릭 계열의 나라들은 요일의 뜻이 일요일만 주님의 날일뿐, 나머지는 월화수목금토와 정확하게 동일하다.
오늘날 일월화수목금토의 이름 중에서 가장 무미건조한 명칭을 쓰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영향 아래 일요일만을 성기천(星期天)이라 할 뿐, 월요일부터는 성기(星期)란 공통 명사 뒤에다가 1,2.3,4,5,6을 붙여 부르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이슬람은 안식일을 금요일로 한다는 점이고, 유대교는 토요일이 안식일이며, 기독교권은 일요일을 안식일로 한다는 점이다.
얘기 나온 김에 13 일의 금요일에 대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날을 대단히 금기로 여기는데, 그 바람에 공포영화도 많이 나왔고 필자 역시 공포 영화를 즐기는 지라 많이도 보았다.
먼저 금요일이 금기시 되는 것은 예수가 부활한 날을 일요일로 정했으니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이 금요일이 된다. 사흘만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요일이 금기시 되는 것이다. 그리고 13 일이 금기로 여겨지는 것은 예수가 야곱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을 했을 때, 유다의 배반으로 처형을 받았기 때문에 13이란 숫자를 불길한 숫자로 여기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13이 금기가 되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예수의 제자가 열둘이라는 것도 이스라엘의 12 지파와 연관된 것이며, 12 라는 숫자는 한 다스(dozen)인만큼 완전한 수를 의미한다. 이는 일년이 12 개월의 순환이기 때문이다. 음양오행도 10 간과 12 지의 조합으로 갑자를 만들고 그것으로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13 이라는 숫자는 없는 숫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12 의 순환을 마친 뒤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는 숫자이기도 하다. 13 은 즉 새로운 1인 것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게 마련인데, 동아시아에서 9를 두려워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9는 숫자의 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올해는 무사하고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하는 심리와 동일한 것이다. 새해의 첫 달은 13 번째 달인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 주는 7 일로 되어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령 우리 전래의 한 주는 5일이었다. 이는 일월을 제외하고 목화토금수의 오행만을 채택한 시스템이다. 시골의 전통 시장이 5일장인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5일제는 우리만이 아니라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서도 아직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는 6일을 한 주로 하는 육요(六曜)의 전통도 남아있는데, 이는 중국 한나라 시대에 오행설(五行說)이 아니라 육행설이 한 때 유행했었는데, 이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육행설은 일본의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전해졌다가 메이지 시대에 완전 없어져 버렸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나오는 민간 달력에는 표시되어 있다.
전 세계가 이처럼 일주 7일제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7 이라는 숫자는 편한 숫자가 아니다. 365 일이나 12개월, 한 달 30 일도 모두 7 로 나누면 정수로 떨어지지 않고 우수리가 남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내년 몇 월 며칠이 무슨 요일인가를 알려면 달력을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정해진 제도는 이처럼 강력한 힘을 지니는 것이다.
- 김태규 명리학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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