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땅의 기운을 제대로 알려면 그 땅의 할아버지 되는 산[祖山]을 알아야 한다. 조산이 있다는 것은 나무에 뿌리가 있다는 것과 같으며 물의 근원이 있다는 것과 같다.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고, 물의 근원이 멀면 흐름이 길 듯이 발복도 오래갈 것이다. 태조산(太祖山)은 멀리 떨어져 수려한 채 항상 구름에 가려 있고, 가까이서 보면 암석의 살기가 등등한 신비스런 산을 가리킨다. 한국을 전체적으로 보면, 백두산이 태조산이다. 우리나라를 전체로 보지않고, 좁게 한 지역을 본다면 백두대간에서 정맥으로 분기되는 산이 있고, 또 정맥과 정맥이 분기되는 산이 있는데, 그런 산들도 태조산이 된다.
북한산의 태조산은 백두산이다. 하지만 먼 조상이 정승, 판서를 지냈어도 증조부가 반역죄로 몰려 천민이 되었다면 나도 천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먼곳의 태조산보다는 가까운 곳의 태조산이 더 중요하다. 그럼 북한산을 낳은 가까운 태조산은 어디인가? 금강산 위쪽에서 한북정맥이 분기한 추가령이다. 그럼 한강 이남에 있는 관악산의 태조산은 어디인가? 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한 산은 속리산이고,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분기한 산은 안성의 칠현산이다. 따라서 가깝게는 칠현산이 태조산이고, 멀게는 속리산이 태조산이다. 종로 땅을 밟고서 속리산 줄기라 한다면 틀린 말이다.
&bvsp; 한국 땅에서 태백산은 대간과 낙동정맥이 분기한 곳이니, 영남 해안가인 포항, 경주, 부산 등지의 태조산이고, 충북 땅은 속리산이고, 충남과 경기도 땅은 칠현산이고, 영취산은 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분기하였고, 주화산은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분기해 전남과 전북 일부 지방의 태조산이 된다.
중조산(中祖山)은 태조산을 떠나 사방으로 뻗어 나간 용맥이 태조산 다음으로 웅장함을 갖춘 산이다. 보통은 각 정맥 내에서 가장 높고 수려한 산으로 광교산, 가야산, 계룡산, 마이산, 내장산, 주왕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태조산에서 흘러온 용맥은 중조산을 이루고, 중조산에서 흘러온 용맥은 소조산을 이룬다.
풍수학의 측면에서 볼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조산(小祖山)이다. 소조산은 혈을 맺은 내룡이 직접 출맥한 산을 말하며, 모양은 첨원방정(尖圓方正)하고 청룡 백호가 첩첩으로 감싸안은 것을 제일로 친다. 이것은 30대 윗조상보다는 아버지가 어떠한 사람이었냐가 나(혈)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태조산이나 중조산이 아무리 출중해도 소조산이 핍박하고 생기롭지 못하면 그곳에서 뻗어내린 용도 혈을 좋게 맺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장경』에는 소조산의 산세가 붕괴되거나 험악하면 살기를 품은 것이니, 묘터를 잡으려면 산이 길한 것을 택하라고 하였다. 흙이 건조하여 초목이 자라지 못한 산(童山)은 생기가 없고, 생기는 용맥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내룡이 붕괴되거나 끊어진 산(斷山)은 기의 흐름도 끊어진 것이다. 또 흙 없이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산(石山)은 생기를 품지 못하고, 용맥의 기세가 멈추지 못하고 흐른 산(過山)은 기도 머물지 못한다. 사방이 허한 채 홀로 솟아난 산(獨山)은 장풍이 어려워 생기가 흩어져버린다.
앞에서 설명한 형기론 풍수에서는 주산(主山)의 형세도 혈의 길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부모가 키 크고 잘 생겼다면 그 자식도 키 크고 잘 생길 가능성이 많고, 아버지가 풍수사라면 그 자식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반풍수(?)는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모가 의사일 경우 모든 자식이 의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주산의 모양에 따라 혈의 효험이 곧이곧대로 나온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주산의 모양만으로 후손의 부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혈의 조화는 사람이 판단하고 예측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신비하다.
- 고제희의 풍수강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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