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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가장의 삶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7. 12. 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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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가장의 삶

                

 

                                       -  문경찬 -


  내가 세상에 처음 오던 날도
  나 혼자 왔듯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때도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팍팍한 세상,
  혼자서 버티기가 너무 외로워
  한 여자를 만나 사랑했고
  만남 뒤의 헤어짐이 싫어 둥지를 틀었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
  남들 보기엔 불행해 보이지 않을만큼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왔지만


  불경기라는 괴물을 만나고 난 후부터
  나도 가끔은 죽을 만큼
  내 짐이 무겁고 버거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길 간절히 원하며
  뒤를 돌아보지만


  바람부는 허허로운 벌판에
  혼자 서있는
  허수아비 같은 나를 발견한다.


  왜냐면...


  내가 죽을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나도 가끔은
  죽을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누구에게라도
  단 한번도 말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만일..


  내가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아파 할 것 같아
  차마...
  단 한마디 말도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가장들의 마음이며
  중년을 사는 남자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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