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 도종환
한 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끝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웠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행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빈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그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 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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