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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7. 11. 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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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천 / 도종환

 

 

  한 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끝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웠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행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빈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그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 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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