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인생 술이란 좋게 말하면 인생의 동반자요 나쁘게 말하면 도깨비 국물이다. 어떻게 보면 있어서도 안될 것이 생겨난 것이요, 또 어찌 보면 이 메마른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인생이란 술과 여자 그리고 노래와 춤이 잘 반죽되어야만 사람 사는 맛이 제대로 난다. 그것이 빠지면 무심한 삶이요 무덤덤한 인생이다. 그러나 술이란 잘 먹으면 百藥之長이요, 잘못 먹으면 百害無益이다. 花發半開 酒飮微醉. 꽃도 반쯤 핀 봉오리가 아름답듯이 술도 살짝 취해야 아름답다. 선인들의 술 냄새가 풍기는 멋진 시와 풍류를 음미해 본다.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나네 언제면 꽃아래 벗 데리고 완월강취 하려노. (이정보. 1693-1766) 질방석 내지마라 낙옆엔들 못 앉으랴 손불 켜지마라 이제 진달 돌아온다 아이야 박주산행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한석봉. 1543-1605)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망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신흠. 1566-1628)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옵네 백년 덧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김육. 1580-1658)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운 임이도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하노라. (윤선도. 1587-16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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