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은 모두 흔들린다
- 오창극 -
그대가 가끔 힘들다고 아파할 때
파릇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라
바람이 흔드는지
나뭇잎이 바람을 간질이는지
나무는 흔들리면서도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바람이 세게 불어 오는 날이면
나무는 아무렇게나 길게 누워서
푸른 하늘을 향해 노래한다.
살아 있음으로 흔들리는
흔들림으로 바람이 얼마나
선명한 사랑인가를 알게 된다
가끔은 무엇인가에 취하고 싶다.
누가 나를 세게 아주 미치도록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나를 쓸쓸하게 하는 저 거리 어디쯤에
팽개쳐 버린 어제를 모른척하고
나를 취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찾아와 주었으면 말이다
단 한번 이라도
뜨거운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그 흔들림이 무엇인가를 안다
그 어지러움이 무엇인가를 안다
그대가 머물다 간 자리에
바람이 불어와도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에
덤덤해지고 무뎌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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