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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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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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