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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외짝과의 수정비율이 높은 이유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15. 3. 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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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의 커플링 법칙

오르가즘은 여성의 강력한 무기다.

암컷들은 짝과의 교미(in-pair copulation)보다는 짝외짝과의 교미(extra-pair copulation)를 훨씬 선호한다. 단적인 예가 짝외짝과의 수정 비율이 짝과의 수정 비율보다 높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정자 생명, 즉 정자의 유효기간은 5일 간이다. 따라서 정자가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는 배란기가 시작돼서 끝나는 바로 이 시간대다. 이 마지막 120시간의 시간대에 짝외짝이 있는 암컷은 그를 초청해서 수정을 성사시키기 위한 파티를 즐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보통 때는 짝과의 관계를 갖고 수정 황금 시간대인 5일 동안은 자기가 좋아하는 짝외짝과의 극상의 교미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 때에 들어온 정자의 저장률이 가장 높고 또 이 시간대에 갖는 짝외짝과의 교미에서 생기는 오르가즘의 효과가 배가 되어 이 때 들어온 정자의 수정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여러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생식기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결국 선택되는 대상은 마지막 상대 수컷의 정자일 가능성이 80%라고 한다. 동물의 배란기는 몸에 특히 성기 부분에 그 징표가 나타나 보이지만(원숭이의 부풀어 오른 붉은 궁둥짝) 인간의 배란기는 온다는 징표도 없고 간다는 신호도 없다. 그것은 당사자만이 주의해서 보고 세심하게 느껴보려고 애쓸 때에만 알 수 있는 숨겨진 생리적 비밀 기간이다.

이 은폐된 기간에 은폐된 여자의 하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소용돌이를 뉴욕 타임즈의 생물 칼럼니스트 나탈리 안지어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우선 이 숨겨진 배란 기간에 여자들이 어느 짝외짝과 또 몇 명의 짝외짝과 얼마만큼 은밀하고 농밀한 일을 벌이느냐하는 것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컷은 이렇게 보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보통 여자들에게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여자가 하려고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기 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암컷은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는 수컷의 정자를 받아서 자기 자식으로 만들 수 있는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생식기 밖의 세계에서는 불륜이니 뭐니 하지만 생식기 속에서는 생식기 속만의 논리와 윤리가 지배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아마 이런 때에 오쟁이를 진 남편에게 데려가서 키울 아버지 다른 애까지 배게 된다면 불륜의 드라마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는 셈이라고나 할까. 이것이 동물의 현실일 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동물학자들은 이런 암컷의 독단적이고도 비밀스런 성 선택을 ‘암컷의 비밀 선택(female cryptic choice)’이라고 한다.

여러 수컷과 일정한 시간대에 동시다발적으로 교미를 하는 암컷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의 정자를 가려내서 수정시킬 능력이 있다. 그 수정과정은 암컷이 상대한 여러 수컷 중 어느 놈이 최종 승자가 될 지는 암컷 자신도 모른다. 다만 마지막으로 수정의 대상을 선별해서 암컷이 직접 수정시킬 때까지는 말이다. 이 비밀 선택의 과정 자체가 반은 실증적인 실험 결과에 의해서 밝혀지기도 했지만 반 이상의 또다른 과정은 그 자체가 신비의 영역에 놓여 있다. 인간의 생식의 진화가 시작된 30억 년 이래 암컷에게 이런 비밀 선택의 무기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 생각 자체가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개념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한 세대도 안 되니까 말이다.

동물이나 특히 인간의 경우 여자는 좋아하는 정자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골라내는 생리적 장치 외에도 또다른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오르가즘이라는 무기가 바로 그것이다. 여인들은 싫어하는 상대에게서는 극상의 쾌락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르가즘의 높은 정상에 오르기를 거부한다. 반대로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는 비교적 수월하게 극치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여자가 느끼는 오르가즘에도 정교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오르가즘에는 가장 이상적인 두 가지 타입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가 클라이막스에 오르고 나서 남자가 60초 안에 사정을 하는 경우와 남자가 사정하고 나서 여자가 60초 안의 시간대에 클라이막스를 느끼는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남자가 사정하고 나서 여자가 클라이막스를 느끼는 경우보다는 여자가 클라이막스를 느끼고 나서 남자가 사정하는 경우의 수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이든 여자가 좋아서 특히 짝외짝을 초대해서 수정 파티를 벌일 때에는 어느 경우든 수정률은 높다는 사실이다. 여자의 클라이막스를 전후한 60초의 시간대, 특히 여자가 절정을 느끼는 앞뒤로의 10초의 황금대에 남자가 사정하는 경우 수정의 확률이 가장 높고 오르가즘의 강도는 극상이라는 점이다. 절정이 막 끝나 오르가즘으로 인한 최고의 자극 효과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간대, 여자에게 몰아닥쳤던 대폭발의 잔진(殘震)이 진앙지에서 아직 생동감있게 꿈틀대고 있는 그 시간대야말로 수정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남녀가 완벽하게 시간의 동시성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교감의 동시성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남녀 합일의 완벽한 싱크로나이제이션,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수만 킬로의 공중에서 우주선이 도킹하듯 그것은 마치 몇 백 미터 떨어진 바늘에 실을 꿰는 만큼이나 어려운 고도의 기술과 교감력을 필요로 한다. 만약 그런 남녀의 교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성애적 예술의 극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성애에 익숙한 여자는 항구로 배를 인도하는 도선사와도 같다. 여자는 항구, 남자는 배라는 유행가 가사대로 조심스럽게 도크로 몇 만 톤이 넘는 배를 오차 없이 접안시키는 그 기술을 성애에 익숙한 여자는 익히 알고 있다. 자기의 클라이막스 타임에 맞춰서 남자의 사정 시간을 조절할 줄 안다. 때로는 사정 시간을 짧게도 하고 길게도 하는 그 조정술을 여자는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정을 하고 나서도 질 속의 긴 터널을 거슬러 올라오는 정자들을 난관으로 안전하게 인도하고 그리고 자기가 내보낸 난자와 결합하는 그 과정까지를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한다. 그러나 여자가 이런 기술을 발휘하려면 남자와의 체질적 길항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끌고 끌리는 체질적 밀당 관계가 전제될 수 있어야만 완벽한 합일은 이뤄질 수 있다. 곧 체질적 교합이 선결 조건이다. 어떤 경우 체질적 상합성이 극대화 되느냐 하는 그 조건에 대한 규명이 커플링 법칙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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