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구의 커플링 법칙 ④
오쟁이 진 남편이야말로 행복하다?!
한 세대 전만해도 일처다부란 한 여인네가 두 사람의 남정네를 남편으로 둔 경우였다. 생활환경이 척박해서 두 남자 이상의 협조가 없으면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처다부란 영어로 polyandry다. 그래서 여자의 성 기호나 성 편벽성 때문에 남자를 복수 이상으로 좋아하는 경우도 일처다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법적인 남편과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잠재적인 남편 아닌 남편이 복수로 존재할 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남편 아닌 남편의 자식을 기르는 부부도 적지 않다. 평균 10-15%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미국 미시건주에서 백인의 경우는 1.4%이지만 흑인의 경우는 같은 지역이라도 10.1% 그리고 영국 런던의 도심지역에서는 6%에 이르고 남쪽 그리고 북쪽지방에 따라서는 3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서울의 경우도 도심지역에서는 오쟁이를 진 남편(외도한 아내를 가진 남편) 들의 비율이 높고, 외곽 지역에서는 낮을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생활수준이 높고, 불륜을 감출 수 있는 환경이 발달된 곳에서는 오쟁이 비율이 높을 가능성은 있다.
부계불일치(paternal discrepancy)라고 부르는 짝외짝의 자손들은 생각보다는 많은 편이다. 일부일처로 알려진 조류조차 짝외짝의 새끼를 얻는 암컷의 비율은 많게는 80%에 이른다고 한다. 모든 동물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자기 짝 몰래 다른 짝과의 새끼를 낳아서 기르겠다는 이 일종의 모험심과 호기심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인간의 경우 요즘은 DNA검사법의 발달로 인해 여성이 오쟁이를 진 남편을 만들어보겠다는 그 용기가 이젠 많이 줄어든 것일까?
인간의 경우 짝외짝으로 생긴 자식들의 문제로 생기는 남녀 간의 갈등의 진폭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그 심도가 넓고 깊다. 한 마디로 인생의 지울 수 없는 영원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부계불일치는 학문용어이고 우리말로는 흔히 오쟁이라고 표현한다. 오쟁이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보편화된 단어는 아니지만 영어로 cuckold인데 이 단어는 한국어의 오쟁이라는 말보다는 영어에서 훨씬 더 익숙하게 쓰이는 단어다.
오쟁이란 간통한 아내의 남편, 외도한 아내의 남편, 배신한 여인네의 남편이란 뜻이다. 오쟁이란 원래 짐 지는 그릇, 즉 ‘섬’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섬을 지고 있으면 다시 말해, 오쟁이를 지고 있으면 눈에 보이는 남녀마다 모두 교접을 하는 영상으로 떠오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강원도 영월, 평창 지역에 가면 마를 섬에 지고 나르는 농부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농부들은 마의 냄새에 취해서 가끔 환몽과 환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때에 생겨나는 나른하고 달콤한 환상, 그것이 곧 남녀 교접의 환영으로 나타나는 지도 모른다. 오쟁이의 어원은 다소 우화적인 요소가 있다고 본다. 얘기가 나온 김에 오쟁이 남편에 대해 약간 덧붙이겠다.
근래 유전자 검사가 부쩍 심해졌지만 요즘 외국에서는 조산원에서 산파가 임산부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은 “나올 애가 지 애비를 너무 닮지 말아야 할 텐데...”라는 청 아닌 청이라고 한다. 외간 남자와 일을 벌여 낳는 애가 그 남자를 너무 닮아 남편이 그 사실을 알게 될 까봐 겁이 나서 하는 소리일께다. 그러지 않아도 서양엔 이런 말도 있다. “‘그것’을 알게 되는 마지막 남자는 남편이다.”
여기서 ‘그것’이란 아내가 간통으로 남편 아닌 남편의 애를 낳게 된 일을 뜻한다. 남이 다 아는 사실을 제일 마지막으로 알게 되는 남편의 둔감성(또는 관용?)이 없고서야 어찌 아내가 감히 외간 남자와 일을 벌이고 그리고 거기서 얻은 자식을 남편의 지붕 밑에서 남편 몰래 친자식으로 키울 배짱이 생기겠는가. 그런 녹록잖은 여편네에게 그런 남편은 또 하나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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