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구의 커플링 법칙 ③
부인이 주선해주는 외도가 최고의 외도일까?
서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여자는 남자가 변할 줄 알고 결혼하고, 남자는 여자가 변하지 않을 줄 알고 결혼한다.’ 현실에서 이 말은 다 틀린 것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OECD 이혼율 1위다. 파경의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외도때문이고 그 외도를 촉발하는 원인은 또 사람마다 같지 않다. 외도란 결혼 제도의 틀 안에서는 불륜이지만 그러나 결혼 제도를 인간이 어떻게 변용해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는 불륜이란 불명예의 너울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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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예외적이지만 그러나 서구에서 그다지 예외적인 현상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FDR)의 영부인은 엘레노어 루즈벨트였다. 그런데 프랭클린이 너무나 여자를 좋아하고 백악관의 오벌룸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여인을 들여 섹스를 했기 때문에 부인인 엘레노어는 세 명의 외도 상대의 여자를 아예 백악관에 들어앉혔다. 대통령 신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자 행각을 벌이는 그 꼴을 국민들에게 보이기가 창피하다고 하면서 그리고 또 무슨 낭패를 당할지 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이었다. 엘레노어는 까다로운 프랭클린의 여자 취향을 십분 감안해서 세 종류의 여자를 소실감으로 선택하였다.
첫째는 미모가 빼어난 여자, 둘째는 지적으로 출중한 여자, 셋째는 감성적으로 아주 나긋나긋하고 애교가 많은 여자, 이 세 가지 타입의 여자를 백악관에 들어앉혀놓고 프랭클린이 만나고 싶을 때 그리고 섹스 파티를 벌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보아주었다. 사실은 케네디도 백악관에서 섹스 파티를 수시로 벌였고 클린턴도 그 짓을 따라하게 된 그 배경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FDR이 여성 편력에 자유로웠기 때문에 후배인 그들도 엽색 행각에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따라서 했다고 본다. 세 사람 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라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는 여성 문제에 다소 난잡했던 사람이 여럿 있었다. 특히 29대 대통령인 워렌 하딩은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쓸 만큼 무능력한 사람이었지만, 섹스 스캔들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가 친구의 부인인 케리 필립스와 15년 동안 나눈 천여 통의 연애편지는 백여 년 동안이나 미국 의회의 비밀 서고에 발표금지 문서로 남아 있다가 최근에야 해제가 결정되었다. 그만큼 편지 내용이 외설스러웠다는 얘기다.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도 흑인 노예 여자와의 사생아를 낳았었고 그 후손이 지금도 미국에 살아있다고 한다. FDR의 부인인 엘레노어는 남편의 성 편력에 지극히 관대했지만 그녀 자신은 동성애에 탐닉했었다는 얘기도 있다.
- 앨레노어 루즈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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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들의 그 특유의 엽색 행각의 근원을 따져보면 영국 왕실이나 불란서 왕실의 비근한 예를 따랐다고 보여진다. 특히 영국왕실에서도 그 엽색행각이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요란했던 헨리 8세는 몇 번의 이혼을 거쳐 여섯 명의 부인을 바꿔치기한 불륜의 대명사와 같은 사람이었다. 어떻든 영국 청교도의 후예인 미국의 대통령들도 난교증에 걸린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FDR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불란서의 경우, 지스카르 데스텡, 미테랑, 사르코지 그리고 최근의 올랑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낮에는 공무로 바쁘고, 밤에는 애인과의 불륜으로 틈날 새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야밤중에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경호원 몰래 정부의 집을 찾아가는 대통령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래도 불란서인들은 이런 대통령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별 시비를 삼지 않았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생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이것이 문화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엘레노어는 그 세 명의 첩실에게 FDR이 죽고 나서 상당한 보상을 해 주었다. 자기의 재산을 몽땅 처분해서 자기와 세 첩실에게 똑같이 4등분해서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권한과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고 그리고 엘레노어 같은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씨를 가진 부인을 두었을 때 그런 호강 아닌 호강을 누릴 수 있다고 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FDR보다 더 크고 더 강한 외도에의 욕망을 느끼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남 보는 데서는 못하지만 아마 남몰래라도 FDR 못지않은 엽색 행각을 하고 다니지 않을까. 남자의 경우는 그렇다하고 여자가 느끼는 외도 갈망은 어떻게 해결할까? 요즘은 호스트바가 많으니까 어렵지 않게 여자의 욕구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필자가 언젠가 들은 얘기 한 토막을 소개하겠다. 군 수뇌부와 행정부 장관까지 지낸 어떤 인사의 젊었을 때 하급장교 시절의 얘기인데-. 30세도 안된 젊고 건장한 그 장교가 휴가로 고향인 지방의 어떤 도시의 기차역에 내릴 때마다 역 앞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곱게 한복으로 차려입은 중년의 어떤 여인이 언제나 그를 맞이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여인만이 아는 모처로 데리고 가서 그 여인이 원하는 대로의 섹스 상대가 되어주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장교는 처음에는 여인의 청을 여러 번 거절했지만 그 중년 여인의 애타는 열정에 그만 자기도 넘어가고 말았노라는 후일담이었다. 남자들이 몰라서 그렇지, 여자들도 나름대로 외도의 방법론에 대해서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외도에 관한 한 누가 누구를 탓할 처지는 못된다고 본다. 외도의 폭탄을 주머니에 하나쯤 넣고 다니지 않는 남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처음 미국의 알프레드 킨제이가 그의 성(姓)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결혼한 남자의 불륜 평균치는 50퍼센트이고, 여자는 26퍼센트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 통계가 남자 80퍼센트, 여자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아마 통계 숫자보다 실제로는 훨씬 높을지도 모른다. 불륜이란 단어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남녀 간의 정해진 규칙, 즉 윤리적 규범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러나 영어로 불륜을 뜻하는 infidelity는 배신을 뜻한다. 남녀 간의 불륜은 곧 파트너의 믿음에 대해 등을 돌리는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 배신행위를 받아들이는 인식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 남자는 자기 파트너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그러나 여자는 자기 파트너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제일 참을 수 없어 한다. 어느 경우이든 파트너의 외도는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참기 어려운 분노와 감정의 상처를 남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